사사기는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정체성과 소명, 그리고 운명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이다

사사기를 열면 신앙의 위인들을 모아놓은 개성 넘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마치 소설처럼 눈 앞에 펼쳐진다. 뛰어난 용기와 신앙을 가진 옷니엘, 오른손이 조막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칼 한 자루를 숨겨 호랑이 굴로 들어가 모압 왕 에글론을 도살한 사우스포어 에훗, 진정한 신앙의 여인 드보라와 야엘, 하나님의 약속을 믿지 못하고 주저하다가 적장 시스라의 목을 여인의 손에 넘겨야 했던 번개장군 바락, 300명의 용사로 13만 5천명의 미디안 대군을 격파한 전설적 영웅 기드온, 여인이 던진 맷돌에 머리를 맞아 비명횡사한 적사사 아비멜렉, 입만 열면 놀라운 화술로 사람들을 설득하는 황금의 입을 가진 비운의 사사 입다 그리고 밤의 여인이었던 들릴라와 세기적 스캔들을 일으키며 일세를 풍미했으나, 머리카락을 깎이고 두 눈을 뽑히며 빛을 잃었던 일그러진 우리의 영웅 삼손의 이야기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여, 사사기의 주인공들은 성경 동화 시간에 주일학교 교사들에게 인기 있는 메뉴이다.
실제로 오늘 우리의 모습은 사사 시대의 사사들과 다를 바가 없다. 사사기에 나오는 영웅들인 사사들을 보라. 이들의 약점을 지적하기 전에 우리는 이들이 바로 우리의 모습임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도 이들같이 무지하고 순종하길 싫어하며 불순한 동기를 지닌 자들이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정결케 되고 의롭다함을 얻고 거룩하게 되었다. 사사들이 인간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여호와의 신에 감동되어 믿음으로 나라들을 이기기도 하며, 하나님의 백성들을 구원하였다고 한다면, 우리도 믿음으로 이 일을 감당해낼 수 있을 것이다. 사사기는 하나님의 백성의 정체성과 소명, 그리고 운명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인 것이다.

제3부 사사기의 변주 2
12. 가시나무(아비멜렉)의 독창 : 와서 내 그늘에 피하라
13. 딸을 위한 입다의 애가 : 너는 나를 괴롭게 하는 자라
14. 삼손의 부모의 혼성 이중창 : 우리의 태양, 삼손이여 !
15. 담나 여인과 블레셋인들의 합창 : 사자보다 강하나 꿀엔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삼손
16. 드릴라와 삼손의 사랑의 이중창 : 히롱하지 마세요와 사랑은 번뇌와 고통만을 가져다주고
제4부 사사기의 코다
17. 평신도와 성직자의 이중주 : 누이 좋고 매부 좋고
18. 레위인의 첩을 위한 레퀴엠(장송곡) : 행음은 결국 죽음을 부르고

■ 본문 속으로
삼손의 복수의 칼
삼손은 블레셋인들이 아내와 장인과 그 집을 불사르자 다시 복수의 칼을 휘두른다. 비록 아내의 배신과 장인의 거부가 삼손에게 고통을 준 것은 사실이었지만, 아내와 장인을 불살라 죽인 것은 견딜 수 없는 상처였을 것이다.
"삼손이 그들에게 이르되 너희가 이같이 행하였으즉 내가 너희에게 원수를 갚은 후에야 말리라 하고, 블레셋 사람을 크게 도륙하고 내려가서 에담 바위 틈에 거하니라"(15:7-8)
그가 몇 명의 블레셋인을 죽였는지, 어떤 무기로 죽였는지는 언급되어 있지 않다. 단지 많은 사람을 도륙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삼손의 복수는 더럽기 짝이 없는 개인적 유익을 위한 전투는 아니다. 삼손의 복수극은 정당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손의 싸움은 개인적인 복수극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손은 블레셋인들을 도륙한 후에 에담 바위 틈에 거했다고 되어 있다.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의 사기가 완전히 저하된 것은 사실이지만, 삼손은 이스라엘 백성들 앞에 서서 이들을 설득하여 블레셋과 전쟁하지 않고 있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지만, 만일 삼손이 좀더 적극적으로 블레셋과의 전투에 나섰다면 이스라엘에 얼마나 많은 유익을 가져다 주었겠는가? 이 점이 아쉬울 뿐이다. 혹시 오늘 우리들의 삶은 어떤가? 하나님 나라를 위해 적과 싸우는 그리스도의 용감한 용사인가? 아니면 그저 마지못해 개인적 복수극으로 시간과 정력을 허비하고는 에담 바위에 숨은 또 다른 삼손인가?
┃본문 146-147p. 中에서 |

김지찬 소개

충북 음성에서 태어나 총신대 신학과(B.A.)와 총신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태평양을 건너 미국 미시간 주의 Calvin Theological Seminary에서 신학 석사(Th.M.) 학위를 획득하였다. 다시 대서양을 건너 네덜란드 Kampen Theological University에서 삼손 스토리의 구조 분석으로 신학 박사 학위(Th.D.)를 취득하였고, 동 대학에서 3년간 네덜란드 정부 지원 연구조교(AIW; Research Assistant)로 연구하였다. 1993년 귀국하여 현재 총신대학교 교수로 강의하고 있으며 한국 복음주의 구약신학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부산 수영로교회 협동목사이며, 여러 교회에서 설교자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박사 학위 논문인 ‘The Structure of the Samson Cycle’ (Kampen: Kok Pharos, 1993)을 비롯해서 『언어의 직공이 되라』(생명의말씀사, 1996), 『오직 여호와만이 우리의 사사』(생명의말씀사, 1999), 『거룩하신 여호와 앞에 누가 능히 서리요』(생명의말씀사, 2009), 『여호와의 날개 아래 약속의 땅을 향하여』(생명의말씀사, 2016), 『데칼로그』(생명의말씀사, 2016), 『룻기,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생명의말씀사, 2018), 『너와 네 온 집은 방주로 들어가라』(생명의말씀사, 2019), 『하나님의 백성이 전 생애로 대답해야 할 6가지 질문』(죠이선교회, 2009) 등이 있다. 그 외에 『윌리암 휘스톤』, 『요세푸스 전집(전4권)』(생명의말씀사) 등 다수의 역서와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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