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베르디에서 라미레스까지 5백 년간의 교회음악 순례

그리스도교 신앙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레퀴엠>의 '진노의 날'이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의 예수 탄생 장면이 각별한 의미로 마음에 와 닿을 것이다.
그러나 신앙이 없다 해도 성음악은 누구의 마음속에나 자리 잡고 있는 깊은 영성에 말을 건다.
단호한 무신론자인 한 친구는 아침에 일어나기만 하면 바흐나 헨델의 종교음악을 듣는데,
주위에서는 "내세도 구원도 믿지 않으면서 무엇을 위해 그런 음악을 듣느냐"고 묻지만,
나는 그 친구가 그 음악으로 매일 아침 자신의 영혼을 충전하고 있음을 안다.
'노래하는 영혼'은 다른 주변 영혼들의 무게도 덜어준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

■ 책 속으로

성실하고 온화한 예외적 천재

'핼리 혜성'을 발견한 과학자 에드먼드 핼리는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의
괴팍함을 지니지 않은 아주 인간적이고 온화한 천재였다고 알려져 있는데,
하이든은 음악가 중에서 이 핼리와 비교할 만한 인물이다.
그는 모차르트나 베토벤 못지않은 천재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천재로서는 드물게
성격이 온순하고 너그러워 생전에 모든 사람에게서 사랑을 받았다.

하이든에게는 자녀가 없었고 아내 안나는 극성스럽고 잔소리가 심하면서도
살림에는 한없이 게으른 악처로 유명했지만, 하이든은 한결같이
성실했고 유머 감각을 잃지 않았다.
그의 교향곡 <놀람>의 2악장은 조용히 진행되다가 갑자기 요란한 소리를 내,
음악회에서 졸기 일쑤였던 귀족들을 깜짝놀라 깨어나게 한 재미있는 음악이다.
하이든과 알게 된 뒤 서로를 존경하며 깊은 우정을 나눴던 모차르트는
이렇게 하이든을 칭찬했다.
"농담조인 듯하면서도 두려움을 주고, 웃음을 터뜨리게 하면서도
깊은 감동을 주는 건 하이든만이 할 수있는 일이다."
배토벤도 한때 하이든의 제자였으나 그와의 친분은 깊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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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말
들어가는 말

아득한 옛이야기들
1. 비발디의 <유딧>-여자의 손으로 그들의 콧대를 꺾으소서
2. 하이든의 <천지창조>-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3. 멘델스존의 <엘리야>-눈을 들어 산을 보라
4. 생상스의 <삼손과 델릴라>-유혹자의 승리와 파멸
5. 쇤베르크의 <모세와 아론>-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믿는 방법

탄생과 죽음
1. 쉬츠의 <크리스마스 스토리>-옛날이야기처럼 듣는 성탄 음악
2.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당신을 어떻게 맞이해야 옳을까요
3. 모차르트의 <레퀴엠>-자신의 죽음을 애도하는 진혼곡
4. 베르디의 <레퀴엠>-폭발하는 슬픔의 힘

수난과 부활
1. 바흐의 <마태오 수난곡>-18세기 성금요일의 풍경
2. 헨델의 <메시아>-구세주가 가져올 세상의 지각변동
3. 쉬츠. 하이든의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제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4. 베토벤의 <올리브 산의 그리스도>-'사람의 아들'의 외로움과 두려움
5. 헨델의 <부활>-신화를 모방한 부활 장면의 상상화
6. 쉬츠의 <부활 스토리>-구운 생선을 드시는 예수

어머니의 고통과 기쁨
1. 몬테베르디의 <성모마리아의 저녁기도>-르네상스 빛깔의 성무일도
2. 페르골레지의 <스타바트 마테르>-요절한 작곡가의 천국을 향한 열망
3.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교회음악의 진정성 논쟁
4.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동정 없는 세상의 따뜻한 위로

미사의 기적
1. 바흐의 <미사 B단조>-바흐 교회음악의 총결산
2. 베토벤의 <장엄미사>-전쟁의 고통 속에 피어난 평화의 기도
3. 슈베르트의 <독일 미사>-'모국어 미사'의 새로운 도전
4. 라미레스의 <미사 크리올라>-날아라 내 영혼이여, '민속'의 날개를 타고

소박한 찬미와 감사
1. 비발디의 <글로리아>-질주하는 빛
2. 비발디의 <모테트>-시들어 가는 장미, 가라앉는 파도
3. 모차르트의 <아베 베룸>-여린 소리로 노래하는 열정의 찬미가
4. 베를리오즈의 <테 데움>-나폴레옹에게 무시당한 사은 찬미가
5. 프랑크의 <천사의 양식>-'먹여 살리는' 일을 찬미함

목차와 원고의 일부를 읽으며 그 안에서 꼭 내가 쓰고 싶은 글,
그러나 쓰지 못했던 글들을 보았습니다. 마치 내 책의 원고를 읽는 듯했습니다.
문학과 더불어 음악학을 공부한 저자는 해박한 지식과 문학적 표현 능력뿐 아니라
음악에 대한 깊은 사랑을 지녔습니다.
특히 교회음악을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도 가졌습니다.
그래서 교회음악을 소재로 한 이 에세이집으로 독자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고 여겨집니다.
이 책의 저자와 같이 교회음악 안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이 책을 추천합니다.

|백남용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장)|

이용숙 소개

이화여대 독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화여대 독문과 강사를 지냈으며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과 음악학을 공부했다.
오페라 에세이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를 출간했고, 독일 단편선
『나는 에스컬레이터에 서 있는 것을 좋아한다』
『음악이 보인다 클래식이 들린다』 『섹스북』 등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마르셀 바이어의 소설 『박쥐』로 제6회 한독문학 번역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번역가와 음악 칼럼니스트로도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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