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문명의 도전으로 기로에 선 종교가 택할 길은 무엇인가?

인간 게놈(Human Genome)은 인류가 출현한 이후 사람들의 세포 속에 감추어져 있던 인간의 설계도이다. 이제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들이 만들어지게 된 설계도를 갖게된 것이다. 이것은 엄청난 발전임에 틀림없지만 과연 이 설계도의 해독을 통해 인류에게 유익과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인지에 대하여 조심스럽게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과학 기술의 진보는 인간이 위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종종 인간이 얼마나 부족한 존재인가를 보여주는 것인데도, 많은 사람은 과학만능주의 사상에 젖어 있어 과학의 진보가 신의 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처럼 여기고 있다.
인류는 지금 삶의 원칙인 가치관이 붕괴되는 충격에 휩싸여 있다. 그것은 패러다임의 급속한 변화 때문이다. 한 시대를 구성하는 가치관의 총체라고 할 수 있는 패러다임이 과거에는 수 백 년이 걸려 완만히 변화했으나 지금 불과 몇 년만에 바뀌고 있다. 새로운 첨단 과학 문명이 기존의 고등 종교의 패러다임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현대 종교가 과연 이러한 무기력에서 벗어날 비상구는 없는가?
저자는 이미 과학이 종교가 규정해 놓은 선을 넘어섰으며, 종교가 계속해서 그 선을 고집할 경우, 종교 자체가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제 종교는 과학 문명의 도전 앞에서 기존의 모든 이론을 상대화시키고, 인류 공동체의 상생을 위해 새롭게 도전해야한다고 말한다. CBS 라디오를 통해 방송되었던 저자의 글들을 모은 본서는 동서양의 철학과 사상을 넘다들며 이야기를 펼치는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시대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교회의 각성을 촉구하며 생명공학으로 무장한 첨단과학 문명으로부터 교회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프롤로그
황금과 깡통
감동의 와해
해체냐 해탈이냐
흔들리는 터전
어색한 정황
패러다임의 변황 | 그 강제적 성격
빗나간 모티브
위무잔치 | 콘스탄티즘 | 문화정복 | 마케팅 | 절반의 승리
화석화된 교리
우상 | 신비 | 순결 | 닫힌 교회 | 닫힌 규범
새로운 창세기
테크노 스페이스
매체가 주는 자유 | 나노 테크노피아 | 양자 컴퓨팅
신인류
게놈 디자인 | D.N.A. 디스크 | 수태 포기 | 생명의 접목 | 초인의 출현
새 창세기 페러독스
거미 사회 | 유랑하는 사람들 | 다중 인격
갈증-그윽한 풍경소리
탈터진 행진
싱거워지는 터전
재능 | 신심 구조 | 영혼과 생명 | 피안의 세계
숨을 곳이 없는 신
낯선 길
초석 놓기
과학과 종교 | 실존의 정세 | 본래 자리 찾기 | 안목의 개방 | 경전과 해석
중심의 개방
최소공약수 | 모든 종교의 이상 | 자유의 접경 지대
색다른 파노라마
새로운 코스몰로지 | 심볼리즘의 시각 | 퍼포먼스 피드백
에필로그

■ 추천사
제가 신뢰해 온 이동연 목사님이 1999년부터 2년 간 CBS 라디오와 '21세기와 평신도 대학'에서 강연했던 좋은 내용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매우 기쁜 마음이 들었습니다.
목사님은 이번에 출간하는 『해체냐 해탈이냐』에서 지금의 4대 문명의 발상지에서 함께 출발했던 종교인들이 그 창시자의 본연의 의도를 회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산업사회가 고도화되고 물질 문명이 발달하면서 우리 주변에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왜곡된 종교 현상이 비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그 원인을 냉?히 분석하여 올바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노력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우리 나라의 종교발전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하리라 봅니다. 이 목사님의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기를 기원합니다.
┃김학준 | 동아일보사 편집논설상임고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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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 리뷰

인간 게놈(Human Genome)은 인류가 출현한 이후 사람들의 세포 속에 감추어져 있던 인간의 설계도이다. 이제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들이 만들어지게 된 설계도를 갖게된 것이다. 이것은 엄청난 발전임에 틀림없지만 과연 이 설계도의 해독을 통해 인류에게 유익과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인지에 대하여 조심스럽게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저자는 이미 과학이 종교가 규정해 놓은 선을 넘어섰으며, 종교가 계속해서 그 선을 고집할 경우, 종교 자체가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제 종교는 과학 문명의 도전 앞에서 기존의 모든 이론을 상대화시키고, 인류 공동체의 상생을 위해 새롭게 도전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시대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교회의 각성을 촉구하며 생명공학으로 무장한 첨단과학 문명으로부터 교회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침례신문 | 도움되는 책방 | 2001-03-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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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말
역시 이상과 현실은 언제나 같을 수는 없는가? 아니 차라리 이상은 현실의 승리를 위한 명분으로만 작용하는 것인가? 어차피 인류의 문명이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발전되었다고 한다면 타인의 지적에 대한 자기 존재의 변호를 위해 철학이나 종교의 교리도 발전한 것인가? 그럼에도 철학이나 종교의 가치가 자기 변호만의 목적이 아닌 모든 존재의 유익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면 적어도 오늘의 우리 좌표는 분명히 잘못 설정되었다.
필자는 신학 수업을 마치면서 절대 진리에 대한 확신을 품고 목회 현장을 접하였다. 그러나 매일 깊은 신앙을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그 신심의 깊이만큼이나 깊은 유아독존을 발견하면서 깊은 회의에 빠졌다. 고귀한 진리를 매일 들으며 진리를 알고 있다고 하는데 그 앎이 보편적인 것이 아닌 주관적이거나 당파적 앎임을 보면서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빚어졌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결국 이처럼 경전의 기본 방향과 한국 종교인들의 방향이 불일치를 이루는 것은 작금의 문제라기보다는 보다 더 깊은 뿌리 곧 한국적 종교 심성에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한국인의 본래의 종교 심성이 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삼국시대부터 있어 온 여러 종교의 축제는 권선징악적 요소, 자연을 두려워하며 자기의 행위를 반성하는 일, 사회 자원의 재분배 기능 등 마을과 국가 전체의 안녕을 위한 행사였다. 그러나 사회 통합의 순기능적 요소들은 점점 적어지고 오직 주술적이며 개인 중심의 역기능적 요소가 증대하였다.
거기에 60년대부터 시작한 경제 발전의 논리에 편승하여 경쟁의 논리를 도입하고 대형화와 물신주의의 우상에 빠져들면서 효율적이지 못한 가치, 봉사, 자기 나눔이나 변혁 운동 등은 다 뒷전에 물러나게 되었다. 그러다가 정보하와 생명 창조라는 시대 조류가 더 이상 종교의 성역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을 초래하였다.
예전에는 종교가 가진 신성함이 인간의 심성에 자리하고 있어서 종교가 그 기능을 다하지 않아도 종교를 따랐으나 이제는 그 신성함을 과학이 침투하여 해부하고 있기에 종교가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지 않고는 존립하기가 어려워졌다.
오직 신만이 그 답을 줄 수 있었다고 했던 생명이 더 이상 신비하지 않고 단순한 물리-화학의 작용뿐이라는 분자생물학의 견해와 인간의 수명까지 인위적으로 연장해 가는 현실 속에서 기존의 규범이나 형이상학, 법, 윤리 등이 새로 짜여질 것을 요구받으며 종교 역시 그 근본마저 흔들리는 존재 상실의 임계점에 도달했다.
태초의 에덴동산에서 가치를 분변하는 선악과를 따먹고 또 영생하는 생명과 나무를 따먹으려했던 시도를 또다시 시도하면서 이번에는 인간의 영생뿐 아니라 기계를 인간화하는 새로운 종의 출현까지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더 이상 종교나 모든 규범이 자기와 다른 모든 것을 타자로 설정하고 다툴 시간이 없다. 아직은 그래도 신의 존재와 그 필요성이 요구되고 공감하는 형이상학을 인정할 때에는 서로 경쟁 할 수 있었으나 신의 존재가 부정되고 인간의 정체성이 부정되는 상황에서는 경쟁할 기반마저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시대의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단순히 하드웨어의 변화만 주목하지 말고 그 안에 내포된 소프트웨어의 변화, 즉 사람들의 사고의 변화를 짚어내어 지금까지 인류를 묶어주었던 몇 마디의 키워드로 요약되는 거대 담론은 사라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새로운 길을 닦아야 할 것이다.
그 길은 신석기와 함께 시작된 농경사회로부터 지금까지 우리네 정신의 터전이었던 익숙한 자리를 버리고 가야 할 낯선, 아주 낯선 길이다. 물론 이때 종교는 시대를 초월해 관통하는 존재의 목적에 대한 통시적 기반을 찾고 그 위에 역시 한 시대나 어느 특정 부류에게만 유용한 것이 아닌 모든 구성원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열린 중심 가치를 세우고 소아에서 벗어나 우주적 자아를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 『해체냐, 해탈이냐』가 하나의 기폭제가 되어 기존의 모든 종교나 삶의 원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하며 덧붙여 미래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는 모든 이에게 나아갈 지표를 발견하게 해주며 평안을 주는 하나의 나침반이 되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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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속으로
위무잔치 | 37-38쪽 중에서
오늘의 한국 종교가 중세의 마지막 어두움의 시기와 같은 모습을 그대로 띠고 있다. 문화인류학에서는 어느 한 종교의 교인수가 전체 국민의 20%이상이면 국가의 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하지만 한국의 불교나 기독교 등은 세속화의 흐름을 바꾸기는커녕 오히려 편승하고 있다.
특히 기독교는 서울인구의 26.3퍼센트, 강남의 어떤 곳은 40퍼센트 정도라는 엄청난 규모의 신자와 최소한 1주일에 1회 이상의 정기적인 모임에서 설교를 듣고 영향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종말론의 미혹, 교계지도자의 사회적 물의, 교도소 내에 유독 높은 신자의 비율 등은 결국 매주 되풀이되는 강론의 방향성에 대해 회의를 갖게 한다.
한번의 감동적인 연설이나 강의를 듣고서도 일생을 결단하는 일이 많은데 매주 그것도 신적 권위를 배경으로 전달되는 강론들의 효과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를 반성해야 한다. 먼저 종교는 위로의 기능이 분명히 있다. 실패와 상처, 불안과 미움 등, 매일의 삶에서 빚어지는 아픔들에 대한 위로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위로는 다양한 삶의 조건에 대한 변혁의 의지와 불투명한 개인과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책임적 존재로의 재 창조적 위로여야 한다.
그러나 공동의 미래보다 개인의 이기적 만족을 위한 모든 술수마저도 혹 회중의 수가 줄어들 것을 염려하여 각성을 촉구하지 아니하고 위로에만 치중한다면 오늘의 삶의 조건들에 대해 더욱 둔감하게 하거나 일말의 가책되는 양심에 마취를 일으켜 종교는 또다시 민중의 아편이 되고 만다.
목사 겸 신학자로서 히틀러 암살음모에 가담했다가 1945년 처형당한 디트리히 본회퍼는 경전에의 용감한 '따름'을 촉구하지 않고 오로지 신앙과 용서만 강조하는 것은 '귀한 은총'을 '값싼 은총'으로 만드는 것이며 곧 종교의 대원수가 된다고 하였다.
인간이 저지른 행동의 결과를 놓고 그 결과에 작용한 원인을 알아내는 것이 귀인이론(attribution theory)이다. 즉, "…는 …의 탓이다"라는 진술이 귀인행동을 설명하는 적절한 표현이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 교계는 인간을 근본적으로 악한 존재로 규정하여 이기적인 행동은 어쩔 수 없는 일이며 인간이 오류를 범하면 신은 그 뒤를 따라다니며 정화시켜 주는 분으로 설정되어 누구도 그 틀을 깰 수가 없다. 오히려 그 틀을 강화하고 또 각인시키는 일이 종교 교육의 핵심이다.
그런 측면에서의 신은 철저히 믿는 개인을 중심으로 우주를 운행하기 때문에 구조적인 정화를 기대하기 어렵고 기껏해야 믿는 한 개인의 마음에서 죄책감을 없애주는 세탁업자 정도로 전락하고 만다.
영혼과 생명 | 122-123쪽 중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대체로 종교는 영과 육으로 구분하며 이와 유사하게 인문학의 전통 사유도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존재증명의 '사유"와 '육체'의 이분법적 도식을 그 경계선으로 하고 있다.
'인간의 정신'(精神, spirit)은 인간 특유의 정체성으로 '사유'나 '영혼'을 포함하고 있어서 동 · 식물의 생명보다 우월한 특징으로 자리 매김해왔다. 이러한 전통으로 근세 이전에는 이 불가해한 정신 세계를 탐구하며 가르친다고 하는 철학과 신학이 학문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 참 가치와는 거리가 멀다고 여겨져 온 형이하학이 형이상학을 주도하고 정신 세계를 거센 급류로 후퇴시키며 계몽하기까지 이르렀다.
기능인으로서의 능력보다는 고매한 인성을 추천하고 흠모해왔던 전통의 사유가 무너졌다. 근대로 들어서면서 '인간다움'이란 인격과 재능의 합성으로서 개인에 대한 평가의 기준이었다. 인격이 존경의 대상이라면 재능은 부러움의 대상인데, 근대 이후 한 인간에 대한 평가는 인품(Homo Sapience)보다는 재능(Homo Faber)으로 압축되면서 종래의 철학이나 종교의 설자리가 좁아진다.
최근의 '인간 본질'에 관한 논의도 '사람다움의 경계선'을 모호하게 만든다. 플라톤이 몰을 '영혼의 감옥'으로 만들어 몸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한껏 덮어씌우고 난 뒤 그 영향으로 초대 교회의 중요한 인물인 오리겐은 경건을 위해 스스로 불구자가 되었다. 그러나 2000년이 지난 지금은 미셀 푸코가 "영혼은 몸의 감옥이다"라고 선포하면서 "인간의 본질은 육체이다"라고까지 말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사람을 사람답게 규정했던 경계선이 모호해지고 있다. 우선은 게놈 프로젝트에 의해 생명 현상에 대해 아는 게 너무 많아졌다. 게놈(genome, 유전자 전체)을 분해하여 유전자 한 개를 분리해 내면 이것은 생명과는 거리가 먼 화학 물질에 불과하다. 분리해 낸 유전자 한 개의 건강상태, 유전끼리의 상관 관계, 맡은 바 임무 등에 대하여 물리, 화학적 방법으로 알아볼 수 있고 우리가 마음대로 개조할 수도 있다.

이동연 소개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을 전공하였고 장로회신학대학원에서 신학석사 학위와 연세대학교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인천 한누리교회 담임목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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