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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천 김진수 시인의 이번 시집은 요즘 젊은 세대들의 열정이나 지적 객기로 잡다하게 포장한 그런 시와는 격이 다르다. 평생 수필가로, 그리고 문인으로 그리고 뜨겁고 치열 하게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고, 그처럼 농익은 삶에서 우러나오는 진실들이 인생의 노을을 맞아 그동안 어떻게 살았나, 앞으로 남은 삶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주문처럼 교훈처럼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이 번 시집의 구성을 제 1장 인생의 봄날, 제 2장 인생의 여름날, 제 3장 인생의 가을날, 그리고 마지막 제 4장은 인생의 겨울날이라는 명제로 하여 인생을 사계로 나누어 대비하였는데 이는 결국 인생이란 무엇이며 사계와는 어떻게 어우러지는 가를 진지하게 질문하고, 그 해답을 시적으로 풀어내는 소중한 연가가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집 『소금 꽃』은 그의 인생 사계에 대한 자전적 고백을 시적인 형식으로 승화시킨 영혼의 목소리라고 해야 할 것이다.

- 홍문표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책 속으로

1.
 장을 담아 주시던 그 항아리에
당신이 일러주신 대로 장을 담습니다

 우려낸 소금이 싱거우면
삼베주머니에 소금 한 움큼 더 넣어
독에 띄우라던 말씀대로 했습니다

 이제 보니 당신의 장독 바닥에는
소금 꽃이 산호처럼 피었나이다

 햇살과 바람 반짝이는 별빛까지 품었다가
 폭풍으로 쏟아지는 바람 그친 뒤에야
낮은 곳으로 임하시는 당신 모습입니다
 「소금 꽃」 전문
(본문 13쪽)

2.
한 마음에 잠겨
차를 마시니
차향도
생각에 잠기는데

한 마음 비우고
차를 마시니
차 맛이 느껴집니다
-「비움」 전문
(본문 23쪽)

3.
물속에서의
자유와 내장까지 다 버리고

산으로 올라왔으니
큰 원 하나는 이루었나보다

세상이 다 잠들어도
홀로 깨어 눈을 뜨고

자연이 들려주는 법문을
시방세계에 회향하고 있다
- 「목어」 전문
(본문 38쪽)

4. 떨어져서 얻은 이름 마침내 나를 버립니다
 
한 시절 지나가는 절정의 자리에서
 
내 모두를 던져 얻은 마지막 사랑입니다
- 「낙화」 전문
(본문 44쪽)

5.
준비가 되었느냐고
전령병傳令兵처럼 다가오는 바람이 매섭다

떨쳐 낼 것 다 떨어뜨리고
맨몸으로 서서 추위를 맞으리

오만했던 것만큼은 뼈아프게
풍족했던 것만큼은 고개를 숙여
절정의 혹한酷寒을 맞으리

스쳐가는 계절과 아픈 이별도
내 온몸 속에 익히고 담금질하여
순백의 뜨거운 눈꽃으로 피워놓으리
- 「초겨울」 전문
(본문 78쪽)

6.
서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면
소 한 마리 말없이 누워 있다
이곳 사람들은 우암산이라 부른다
 
외롭고 쓸쓸할 때 마주하는 친구
풍성하던 봄 여름 가을 다 지나고
저도 나와 같이 겨울을 맞이했다
 
비바람이 불고 눈보라 몰아쳐도
꿈적 않고 누워 있더니
오늘은 온 몸에 눈꽃을 피우며
선정禪定에 들었구나 
- 「우암산」 전문
(본문 85쪽)

7.
몸 벗어 두고
언제 떠날지
아무도 모른다

나도 혼자
어느 날 그렇게
흔적 없이
훌쩍 떠날 것이니

사랑 말고는
모두 다
내려놓을 일이다
- 「방하착放下着」 전문
(본문 91쪽)

목차

시인의 말   3

1부 ● 인생의 봄날
풍경   10
진달래   11
접목   12
소금 꽃   13
연가   14
어울림   16
나의 노래   17
아름다운 세상   18
여자   20
어느 봄날   21
아침풍경   22
비움   23
비   24
채송화   26
비 그치고   27
봄 그리고 갈   28
느린 걸음으로   29

2부 ● 인생의 여름 날
태풍경보   32
환희   34
백두산 천지에서   35
땅을 딛고서   36
목어   38
당신   39
노송   40
독자에게   42
내 곁에 사랑이   43
낙화   44
그대와 나   45
낮 꿈   46
처서   47

3부 ● 인생의 가을날
가을 편지   50
나의기도   52
기도   53
그래서 착하다   54
그곳이 궁금하다   55
고목   56
가계부 작성   57
늦가을 1   58
늦가을 2   60
달력   61
영혼은 나비되어   62
세상길과 나의길   64
커피를 내리다가   65
친구야   66
알게 될 거야   67
세월 1   68
세월 2   70
아프리카 아이들   71
손자 홍이에게   72
길   73
받지 못하는 전화   74

4부 ● 인생의 겨울날
초겨울   78
12월   79
눈 오는 날   80
겨울   82
다시 듣는 겨울 이야기   84
우암산   85
다만   86
향수   87
12월 31일   88
자개장   90
방하착   91
귀로   92
숟가락   94
저녁놀처럼   95
해설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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