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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19세기 조선을 독讀하다(19세기 실학자들의 삶과 사상)

저자 : 간호윤  | 새물결플러스 | 2020-03-03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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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보

ISBN 9791161291444
쪽수 432
크기 145*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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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학자들은 대개 성리학에 대해서 헛되이 떠들면서 오로지 치장하는 글이나 일삼으면서 육예(六藝)나 시무(時務)는 강의도 하지 않으니 실제 일에 부딪쳐서는 망연하여 알지도 못하고 할 줄도 모른다.” 실학적 사고로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며 계몽적인 실사구시 학문을 연구한 오주 이규경 선생의 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19세기 조선의 실학자들은 모두 학문을 위한 학문이 아니라 실제로 소용되는 학문, 곧 실학을 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권력에서 추방된 주변인들이었다. 아니 스스로 이탈한 방외인에 더 가깝다. 이들의 출발은 모두 조선의 숙주 유학이었지만 과감히 만개한 저승꽃을 떼어내고, 이를 백과전서, 국가와 민족, 민족과 세태와 여행, 박물학과 고증학, 기와 지리, 종교와 사상으로 방사시켰다. 이들의 실학은 철저히 백성들의 삶을 지향하였고 미래의 조선을 꿈꿨다. 18세기 실학자들과는 완연 딴판으로, 학문은 더 실질적인 것을 찾았고 펼쳐진 세계는 조선을 넘어 세계로 나아갔다. 책은 광대했고 학문은 깊었다.


이 책은 19세기를 대표하는 14명 지식인들의 삶과 사상을 살피고 이를 통해 이 시대 우리가 나아갈 바를 짚는다. 이 책은 학문서가 아니다. 독자들에게 19세기 실학자들의 사상과 민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실학을 알리고자 하는 의도로 쓰였다. 선생들의 과거 담론에서 우리의 현재를 진단하고 거시적인 미래를 넉넉히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저들이 꿈꾼 조선의 미래인 이 땅에, 저들이 온몸으로 간절히 원했던 진정한 실학의 시대가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전을 너무나 사랑하는 고전독작가 간호윤 박사의 알기 쉬운 풀이와 맛깔나는 글솜씨는 글 읽는 재미를 배가시킬 것이다. 고전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읽고 싶은 독자들, 고전을 통해 그 시대 지식인들의 지혜를 읽기 원하는 독자들, 그리고 그 깊은 샘에서 끌어올린 지혜를 통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을 뚜렷이 보기 원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즐거움과 깨달음을 제공한다. 책을 펼치는 순간 19세기 조선을 몽당붓으로 버텨내며 미래의 조선을 써 내려갔던 선생들의 꿈이 독자들의 눈앞에 생생하게 보일 것이다.


책 속으로


의정을 지낸 조인영(趙寅永, 1782-1850)은 “백 년 이전은 모르겠고 이후에 이러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였다. 그러나 솔직히 18세기 글을 읽다가 19세기로 오면 무게감이 떨어진다. 날카로움도 세밀함도 줄어들고, 무게감은 더더욱 떨어진다. 한마디로 잡동사니를 모아놓은 듯하다. 맞다. 이 느낌이 바로 19세기 글의 미학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산만성·잡박성에서 자유분방함과 역동성·세속성 및 인정물태를 쉽게 찾는다. 그것은 더 이상 글이 식자층만의 전유물이 아닌 일반 대중의 공유물이라는 포석이다.                                                                           

_1장 연경재 성해응 『연경재전집』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지 않은 시는 시가 아니요,/ 시대를 슬퍼하고 세속을 개탄하지 않은 시는 시가 아니며,
높은 덕을 찬미하고 나쁜 행실을 풍자하여 선을 권하고/ 악을 징계하지 않은 시는 시가 아니다.
_4장 다산 정약용 『목민심서』


선생은 “나라가 망하려면 반드시 요물이 나온다”는 『중용장구』 제24장의 말을 인용하였다. 불가사리가 나라를 망하게 할 징조임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다. 우리 속담에도 “고려(송도) 말년 불가사리”라는 말이 있다. 어떤 좋지 못한 일이 생기기 전의 불길한 징조를 말한다. 하지만 선생은 이 불가사리를 음의 유사를 이용하여 ‘불가설(不可說)=불가설(佛家說)=불가설(不可褻)’을 만들었다. 여기서 ‘불가사리’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그 불가사리가 아니라 ‘소인’이다. 선생은 임금의 옆에 붙은 소인을 간신의 무리라 여겨 불가사리라 한다. 이 불가사리 이야기를 ‘「가히 말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라는 뜻의 「불가설설」(不可說說)이라 제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선생과 대면할 수는 없지만 혹 19세기 중반, 세도정치로 썩어가는 조선의 멸망을 읽었다고 추론하여도 무방하지 않을까 한다.                                                           

_5장 추재 조수삼 『추재집』


지금도 이어지는 우리의 헛된 교수 행태를 지적하는 말이다. 선생은 ‘사(士)·농(農)·공(工)·상(商)과 장병(將兵) 부류’를 ‘학문의 실제 자취’(皆是學問之實跡)라 하였다. 현재 우리 국문학계만 보아도 그렇다. 국문학과가 점점 개점폐업 상태가 되는 까닭은 실학이 안 되기 때문이다. 거개 학자들의 논문은 그저 학회 발표용이니 교수자리 보신책일 뿐이다. 심지어 대중들의 문학인 고소설조차 그렇다. 「춘향전」, 「흥부전」, 「홍길동전」 등 정전화한 몇 작품에 한정되고 그나마 작품 연구 자체만 ‘순수학문연구’라고 자위(自爲)한다. 고소설 연구가 사회 각 분야로 방사(放射)되어도 살아남기 어려운 이 시대다. 이렇게 몇몇이 모여 학회랍시고 ‘그들만의 리그’나 운용하고 ‘같은 대학 출신들’로만 패거리 짓고 ‘사회가 외면하는 글을 논문’이라 치부하며 자신이 한껏 고귀한 학문을 한다고 으스댄다. 점점 사회와 학생들로부터 배척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_10장 혜강 최한기 『기학』


선생의 견해 중, 가장 설득력 있게 다가온 마음 다스리는 방법이다. 사람의 깜냥은 모두 다르다. 하고 싶다고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다. 그것은 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능력으로 할 수 없어서다. 다만 자신의 능력만큼 가야 할 길은 최선을 다해 가야 한다. 선생은 농부를 예로 들었다. 농부가 자기 땅이 아무리 척박하더라도 힘을 다해 경작하지 않을 수 없으며, 집으로 가려는 나그네가 걸음이 아무리 둔하더라도 힘을 다해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한다. 그러며 선생은 “어째서이겠는가?” 반문하며 이렇게 답한다. “여기에 힘을 다하지 않으면 다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그 화가 더 사나워지고 그 재앙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_12장 백운 심대윤 『복리전서』


글을 시작하며


1부 백과전서
1장 연경재 성해응 | 『연경재전집』, 있는 사실을 그대로 기록하다
2장 풍석 서유구 | 『임원경제지』, 흙국과 종이떡인 학문은 않으리라
3장 오주 이규경 | 『오주연문장전산고』, 박학과 고증학으로 모든 것을 변증하라


2부 국가와 민족
4장 다산 정약용 | 『목민심서』, 시대를 아파하고 백성들의 비참한 삶에 분노해야 한다


3부 민속과 세태, 그리고 여행
5장 추재 조수삼 | 『추재집』, 나라가 망하려면 반드시 요물이 나온다
6장 낙하생 이학규 | 『영남악부』, 말하는 자는 죄가 없다
7장 구화재 홍석모 | 『동국세시기』, 솥에 가득한 국을 한 숟갈로 맛보다
8장 호산 조희룡 | 『석우망년록』, 하늘 아래 가장 통쾌한 일이다


4부 박물학과 고증학
9장 서파 유희 | 『문통』, 일생을 늘 시비 속에서 살았네


5부 기와 지리
10장 혜강 최한기 | 『기학』, 대동일통의 이상세계를 구현하다
11장 고산자 김정호 | 『대동여지도』, 지도로 천하의 형세를 살필 수 있다


6부 종교와 사상
12장 백운 심대윤 | 『복리전서』, 많이 읽을수록 복리가 더욱 많아진다
13장 수운 최제우 | 『동경대전』, 학문으로 말하자면 ‘동학’이라고 해야 한다
14장 동무 이제마 | 『격치고』, 이 책이 천리마가 되지 않겠는가?


글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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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윤 소개

순천향대학교(국어국문학과),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국어교육학과)을 거쳐 인하대학교 대학원(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61년, 경기 화성, 물이 많아 이름한 ‘흥천’(興泉) 생이다. 예닐곱 살 때부터 명심보감을 끼고 두메산골 논둑을 걸어 큰할아버지께 갔다. 큰할아버지처럼 한자를 줄줄 읽는 꿈을 꾸었다. 열두 살에 서울로 올라왔을 때 꿈은 국어선생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지금은 인하대학교와 서울교육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배우고 있다.
고전을 가르치고 배우며 현대와 고전을 아우르는 글쓰기를 평생 갈 길로 삼는다. 그의 저서들은 특히 고전의 현대화에 잇대고 있다. 『한국 고소설 비평연구』(경인문화사, 2002 문화관광부우수학술도서), 『기인기사』(푸른역사, 2008), 『아름다운 우리 고소설』(김영사, 2010), 『당신 연암』(푸른역사, 2012), 『다산처럼 읽고 연암처럼 써라』(조율, 2012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 『그림과 소설이 만났을 때』(새문사, 2014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 『연암 박지원 소설집』(새물결플러스, 2016), 『신연활자본고소설책의도에 나타난 욕망을 찾아서』(소명출판, 2017 학술진흥재단저술출판지원) 등 모두 직간접적으로 고전을 이용하여 현대 글쓰기와의 합주를 꾀한 글들이다.
연암 선생이 그렇게 싫어한 사이비 향원(鄕愿)은 아니 되겠다는 것이 그의 소망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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