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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 파인 자폐인 아들의 일기장을 읽다

저자 : 이진희, 저자 : 김상현  | 양철북 | 2021-03-08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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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보

ISBN 9788963723471
쪽수 272
크기 151*200

이 책이 속한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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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어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우리가 만나
이렇게 함께 오늘을 살아간다
스물넷 자폐인 아들과 엄마가 걸어 온 나날들
스물네 살 자폐인 김상현 씨가 걸어온 하루하루. 귀를 막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던 아이가 자라 스물넷 청년이 되었다. 요즘은 매일 여행하듯 직장 생활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 ‘보통의 세계’에 적응하며 산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김상현 씨의 엄마 이진희 씨는 십수 년간 아들이 써 온 일기장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지난날을 떠올린다. 연필을 꼭꼭 눌러쓴 일기장에서 엄마는 그때는 미처 다 알지 못했던 아이의 마음과 그때는 맞다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니 명백히 잘못이었던 자신의 행동을 발견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저지른 실수와 경험 들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나누고 싶다.”




프롤로그

1. 대충이 없는 세계
2.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3. 우리 엄마들에게는 건강한 마음의 근육이 필요하다
4. 우리는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5. “엄마는 슬퍼했지만, 나는 슬프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6. 장애가 낫는다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안다
7. 12년, 참 열심히 살았는데도 황량한 벌판에 아이와 단둘이 서 있는 느낌이었다

에필로그
2000년 초겨울 짙은 안갯속에서 길을 잃은 내게


책 속으로

2006년 9월 19일 화요일
〈잡채〉
급식실에서 울었다. 잡채가 먹기 싫어서 울었다. 조금 창피했다.
튼튼한 어린이가 되려면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했다.

자폐 성향이 심했던 만큼 편식도 심했던 상현이는 손톱이 쪼그라들 정도로 영양결핍이었다. 새로운 음식은 먹어 볼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고 했다.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이를 보고 치료사 선생님들께서는 편식 습관이 없어지는 현상이 참 좋은 징조라고 하셨다.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여는 일이라고, 계속 도전하라셨다. 고기를 먹지 않던 아이가 고기도 먹고, 피자도 먹고……. 신나서 마구 먹였다. 그 가운데서도 유난히 떡볶이를 좋아해서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자주 해 먹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매웠던지 119에 신고하고 말았다. 자기 입에 불이 났으니 꺼 달라고……. 소방서에서 다시 전화가 와서 사정 이야기를 하니 조심시켜 달라고 하셨다. 소방관분들께는 너무 죄송한데 사실, 그 상황이 너무 귀여워서 조금만 혼냈다. -33쪽

2013년 7월 19일 금요일
〈회색 양떼구름〉
하늘을 봤더니 너무 멋있어서 옥상에서 구경했다. 양떼구름이라고 엄마 가르쳐 주셨다. 그런데 하얀색이 아니고 회색이였다. 정말 신기했다. 구름 뒤에는 주홍색이랑 노랑색이였는데 파도처럼 보였다. 하늘이 참 색깔이 아름다웠다.

우리는 노을 보는 것을 좋아해서 시간이 나면 한강에 나가 해 질 녘 풍경을 감상하고, 여의치 않으면 아파트 옥상에서 구경하기도 한다. 이 시간이 아이도 나도 참 행복하다. 말없이 고요한 시간, 아이와 내가 같은 것을 보고 있다. 상현이도 나와 같은 것을 느낄까? 아이와 깊은 대화를 나눌 수는 없어도, 같은 하늘을 보고 있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하다. -110~111쪽

발달장애가 있는 우리 아이들의 포트폴리오는 다른 그것과는 다르다. 내 뒤를 이어 아이를 보살펴 줄 그 누군가에게 전하는 부탁의 편지와도 같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전하며 “보시기에 우리 상현이가 지금은 아저씨 같지만 어릴 때는 이렇게 엄청 귀여웠어요. 이렇게 엉뚱한 장난꾸러기였답니다” 하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햇볕 알레르기가 있어서 햇볕이 강해지는 6월 즈음이면 목과 팔다리에 선크림을 발라 주어야 해요”라는 정보도 드려야 하고, 책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하고, 그림 그리기도 좋아하고, 천둥 번개를 유난히 무서워하고……. 이 글을 보고 나면 그 고마운 누군가가 우리 상현이를 조금은 더 고운 마음으로 봐 주지 않을까? 조금은 더 수월하게 아이와 지낼 수 있지 않을까? 간절한 마음에서 기억을 더듬고, 아이의 일기를 다시 읽어 나갔다. -260~261쪽 〈에필로그〉에서 


출판사 서평

보통이라는 낯선 세계에 온 아이

아이는 높은 곳에 있기를 좋아했다. 에어컨 위든 선반 위든 높은 곳에 올라가 슈퍼맨 자세를 하거나 앉아 있었다. 밖에 나갔을 때 손을 잠깐이라도 놓치면 용수철이 튕겨 나가듯 인도든 차도든 상관없이 달려들었다. 맨발로 집을 나가 버릴 때도 있었다. 한동안 아이 손이 닿지 않는 현관문 안쪽 높은 곳에 자물쇠를 채워 두고 지내야 했을 정도였다. 학교에 들어가서는 수업 시간에 소리를 지르거나 다른 반 교실에 가서 앉아 있었다.
그랬던 아이가 지금은 출근을 한다. 자동차 자율주행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연구팀 명함을 달고. 혼자 지하철을 타고 사무실에 가서 컴퓨터를 켜고 업무 지시를 받고 일을 한다. 집중력이 좋아 오차가 거의 없고, 요즘엔 다른 직원이 작업한 것을 검수하는 업무도 병행한다. 주말에는 본인이 좋아하는 영화를 보거나 전시회를 관람하며 평범한 날들을 보낸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시절, 엄마는 아이에게 이런 소박하고 평범한 나날이 오리라 상상하지 못했다. 어른이 된 아이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아 두려웠고, 아이의 장애가 자기 때문인 것만 같아 괴로웠다. 그러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을 걷어내고 마주한 이십삼 년의 일상은 마냥 불안한 것도, 힘들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아이는 하늘 보는 것도 좋아하고, 길가에 핀 작은 꽃들을 보며 행복해했다. 영화를 볼 때면 인형을 옆에 줄줄이 앉혀 놓고 함께 보았고, 책을 보고 나면 큰 손으로도 작고 귀여운 것들을 그려냈다.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느끼는 아이가 엄마의 불안한 마음을 붙잡았다.
이 책에는 상현이가 초등학교를 들어가면서부터 지금까지의 일기가 실려 있다. 자폐에 관한 책은 이미 많이 나와 있다. 부모지침서도 있고, 자폐인을 양육하며 쓴 에세이도 있다. 그러나 자폐인이 직접 쓴 일기는 쉽게 볼 수 없다. 엄마는 상현이가 그동안 써 온 열다섯 권의 일기장에서 백사십육 개의 일기를 고르고, 그날 그 순간에 느꼈던 것들을 적어 넣었다. 미처 풀지 못했던 아이 마음이라는 퍼즐 조각을 이해하고 맞추려고 애쓰면서. 그러는 동안 엄마는 아이의 행동에 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고, 아이 역시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부단히 애써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 함께한 여러 선생님들과 봉사자분들, 친구들, 직장 동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아이에게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어렸을 때 아이는 자기 생각을 대답하지 못하고 상대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할 줄밖에 몰랐다. “점심에 뭐 먹었어?” 물으면 아이는 똑같이 “점심에 뭐 먹었어?” 하고 답했다. 그래서 엄마는 아이에게 듣고 싶은 답까지 말하기로 했다. “밥, 미역국, 콩나물 먹었어요.” 아이가 따라 말했다. “밥, 미역국, 콩나물 먹었어요.” 질문에 아이가 답하지 못하면 엄마는 몇 가지 보기를 주고 고르라 하고, O나 X로 답하라 하기도 했다. 왜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할 땐 노트에 보기를 적어 두고 소리 내어 역할을 나누어 읽어 보았다. 노트가 너덜너덜해질 무렵, 아이는 노트에 적힌 답변을 기계처럼 말하게 되었고, 차츰 노트에 적혀 있지 않은 다른 이유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엄마는 아이와 이렇게 의사소통 방식을 마련하고 연습하며 아이와 대화하는 법을 익혔다.
아이는 감정을 몇 가지밖에 느끼지 못했다. 책과 영화 보는 것을 좋아했지만, 스토리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인지 그저 도망가고 엎어지고 자빠지는 유치하고 자극적인 장면을 좋아했다. 그러나 모두가 슬퍼하는 대목에서는 무덤덤했다. “엄마는 슬퍼했지만 나는 슬프지 않았습니다”라거나 “주인공 엄마가 죽어서 주인공은 슬퍼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습니다”라고 일기에 적었다. 그런데 연습하면 감정의 폭도 넓어지는 걸까? 중3 때 일기에 영화를 보고 처음으로 “너무 슬펐습니다”고 적었다. 그러더니 점점 영화를 보고 마음 아파하기도, 가끔은 울기도 했다. 예전에 상현이가 느끼는 감정이 삼원색 정도였다면 성인이 된 지금은 열두 색쯤 되지 않을까.
의사 표현을 할 줄 알게 되었을 무렵, 아이는 엄마에게 옛날에 했던 행동의 이유를 들려주었다. 일곱 살 무렵 시장에서 몇 마리 얻어 온 미꾸라지를 입에 넣었다 뺐다 하여 깜짝 놀란 적이 있었는데, 동화 속 미운 아기 오리가 미꾸라지를 잡아먹어서 따라 했다나. 차마 삼키지는 못하고 넣었다 뺐다 반복했단다. 맨발로 놀이방을 뛰쳐나가 몇 시간 넘게 사라졌던 이유를 묻자 “상현이가 탈출했죠. 슈퍼에 가 보려고” 하고 답하기도 했다. 수업 시간에 소리 지른 데도 다 까닭이 있었다. 상현이가 풍선을 무서워하는 걸 안 학교 짝꿍이 상현이 귀에 대고 “풍선 터트린다”고 했다고 같은 반 여자 아이들이 귀띔해 주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몰랐던 아이의 그 행동들에는 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비록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다 이해할 수 없다 할지라도.

상현이의 일기장
“구름 뒤 하늘이 주홍색 노랑색 파도처럼 보였다.”

엄마의 마음이 어떠했든, 상현이의 나날은 대체로 즐겁고 행복하다. 구름과 철새들, 길가에 작은 꽃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좋아하는 책도 영화도 실컷 보고 전시회도 다닌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답다 느끼고, 관념 없이 투명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가끔 사람들이 엄마에게 묻는다. “아이가 그걸 다 이해해요?” 아이가 즐기고 느끼는 것들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유아 수준이라 할지라도 엄마는 상관없다. 각자 아는 만큼 느끼면 되는 거니까.
상현이의 나날은 귀엽고 웃기기도 하다. 동물원에 가면 미어캣 우리에서 한 시간을 지켜보고, 수족관에 가면 전기뱀장어가 동화책에서처럼 ‘지지직’ 전기를 뿜어내길 기다린다. 떡볶이가 얼마나 매웠는지 119에 전화해 “지금 내 입에 불났으니 꺼 주세요” 하고, 보름달을 보며 삼수하는 형을 위해 “우리 형 좀 똑똑하게 해 주세요” 하고 기도하기도 한다.
엄마는 상현이와 함께 해 질 녘 한강에 나가거나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노을을 바라보고, 미어캣 우리 앞에서, 또 수족관의 작은 어항 앞에서 매번 아들을 기다려 준다. 현장학습을 자주 다니는 아들 덕에 엄마는 배를 딸 때는 빙글빙글 돌려 따야 한다는 것도 알았고,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예쁜 풍경이 있다는 것도 배웠다. 힘든 일은 다 자신을 비껴가는 줄 알았는데, 모든 세상일에 나도 예외가 아님을 배우기도 한다. 엄마도 아이를 통해 삶의 깊이를 더해 가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지금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가 가장 두려웠던 것은, 아이의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책을 찾고 영화를 보아도, 사람들에게 물어도 시원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 어른이 된 발달장애인들이 농사를 지으며 모여 산다는 마을도 견학해 보았지만…… 거기서도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상현이는 미래가 불투명할 때도 오늘에 충실했다. 상현이가 다니던 고등학교 특수학급 선생님은 취업하는 편이 아이들에게 더 좋을 거라고 판단해서 다양한 직업 교육을 시켰다. 상현이는 그 과정 대부분을 즐거워하며 잘 따라가 주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상현이는 복지관 아카데미와 직업훈련센터를 다니며 계속해서 훈련을 받았다. 그러던 중 자동차 자율주행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IT 회사와 인연이 닿아 3개월 인턴 과정을 거쳐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딱 일 년 만에 정규직 연구원이 되었다. 상현이가 하는 일은 자동차 자율주행 관련 데이터 레이블링이다. 자동차가 알아서 주행하게 하려면 컴퓨터가 도로 사진 속 객체가 무엇인지 인식하고 정해진 도로로만 달리도록 해야 하는데, 상현이는 컴퓨터가 객체를 인식할 수 있도록 박스 치고 어떤 객체인지 정보를 입력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매일 열심히 일하고 회사에서 나름대로 인정받고 있지만, 그렇다 해도 상현이가 마냥 편안하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엄마가 보기에 상현이는 여전히 사회성이 부족하고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도 배워야 한다. 농담도 배워야 아는지라 예전에 이유를 말하는 법을 배웠을 때처럼 노트에 적어 놓고 엄마와 주거니 받거니 연습도 한다. 어느 한 고비를 넘었다 해도 삶이 완벽해지는 것은 아니기에, 상현이의 찬찬하고도 치열한 삶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서로에게 지지 세력이 되어 주는 일

엄마는 아이가 다니던 치료센터, 복지관에서 만났던 다른 엄마들과 오랫동안 자조 모임을 해 왔다. 서로를 ‘지지 세력’이라고 부르는 모임이다. 처음엔 일곱 명에서 시작된 이 모임은 지금 오십 명으로 규모가 늘어났다. 중학생 아이들부터 이십 대 청년들까지 자폐인 아이를 둔 엄마들의 이 모임에서 올해 목표로 삼은 것이 있다. 그간 아이들이 어떤 치료를 받아 왔고, 어떻게 학교생활을 해 왔으며, 비장애 형제자매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형성해 왔는지 등 구체적인 정보를 모으고 공유하자는 것. 먼저 아이들의 생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정보들을 정리해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것이 이 책의 시작이 되었다. 앞서 걸은 사람들이 좌충우돌 부딪치며 배운 것들이 다음에 오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엄마는 이 책을 썼다.
상현이도 그렇지만, 그 누구도 완벽한 모습으로 살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상현이에게, 그리고 더 많은 상현이들에게, 또 서로에게 지지 세력이 되어 주어야 한다. 삶의 마디마디에서 고민하며 여러 사람들과 하루하루 걸어온 상현이와 상현이 엄마의 이야기는, 같은 처지에서 길을 찾는 사람들, 더 나아가 더불어 사는 삶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잔잔한 위로와 소박한 희망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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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 소개

엄마
아이는 세 살 무렵 자폐성 장애 진단을 받고
또래보다 일 년 늦게 초등학교에 들어가
스물한 살 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일 년 뒤 정규직 연구원이 되었다.

때로는 고단하고 버겁지만
보통은 따뜻하고 행복한 일상.
되돌아보니 더 선명히 보이는 그때의 풍경들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어
아들의 일기를 고르고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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