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크레이스는 뒤늦게 세계 문학계가 그 존재를 알아차리게 된 현대 문학의 거장이다. 1999년 「그리고 죽음」이 영미 평단에 충격을 주면서 새삼 그의 경력이 주목받았을 때,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점은 그가 이미 여러 개의 문학상을 소리 없이 수상해 온 작가라는 사실이었다.
1946년 영국에서 태어난 크레이스는 버밍엄 대학에서 공부한 뒤 해외 자원 봉사단에 가입해서 수단으로 건너가 교육 방송국에서 일했다. 이후 핵무기 무장 해제와 식민지의 독립을 위한 사회 운동에 뛰어 들었고 영국으로 돌아온 뒤 BBC에서 교육 프로그램 작가로 활동했다. 1974년 첫 번째 단편 「애니, 캘리포니아 플레이츠」로 문학계에 발을 내디딘 그는 첫 장편소설 「대륙」으로 권위있는 휫브레드상, 가디언 문학상, 데이비드 하이엄 문학상, E.M. 포스터 문학상, 이탈리아의 안티코 파토레상 등을 수상하며 영국 문단에 화제를 모았다.
1997년에 나온 「사십 일」은 예수가 요르단 강에서 성 요한에게 세례를 받은 뒤 유다의 광야에서 40일 금식 기도를 하면서 사탄의 유혹을 이겨 냈다는 일화에서 착상한 작품이다. 2천 년전, 4명의 고행자는 금식 기도를 통해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며 황야로 찾아온다. 그러나 이들을 맞이한 건 타는 듯한 열기와 메마른 땅과 악마 같은 상인 무사였다. 거기에 또 다른 신실한 인물인 갈릴리인 예수가 외따로 떨어진 절벽 아래 동굴에서 40일간 금식을 결심한다. 사람들은 그가 기적을 행한다고 믿는데...
짐 크레이스의 놀라운 상상력이 빚어낸 「사십 일」은 영국 최고의 문학상인 휫브레드상과 E.M. 포스터상을 수상했으며, 부커상 후보에 올랐고, 작가 협회 최우수 도서에 선정되었다.
주요 작품으로 「돌의 선물 The Gift of Stones (1988, 'GAP 국제문학상')」「아르카디아 Arcadia (1992)」「조난 신호 Signals of Distress (1994, '영국 왕립 문학 협회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 수상)」「사십 일 Quarantine (1997, '휫브레드상' 수상, 'E. M. 포스터상' 수상)」「그리고 죽음 Being Dead (1999, '미국 비평가 협회상' 수상, '뉴욕 타임스' 선정 '올해의 최우수 소설')」「악마의 찬장 The Devil's Larder (2001)」「창세의 6일 Six (2003, 미국판 제목은 창세기 Genesi)」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