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를 색다르게 해석해 전세계의 인기를 모았던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의 원작자. 그동안 발표한 작품 중 무려 18권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러나 소설가로 입신하기 전까지 인생이 그리 순탄치 않았다. 이야기꾼의 피를 물려준 어머니는 그녀가 열다섯 살이 되던 해에 지독한 알콜 중독으로 사망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시인과 결혼한 후, 여덟 살 난 딸을 백혈병으로 잃고 자신도 알코올 중독에 빠지고 말았다. 데뷔작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는 딸을 잃은 슬픔을 잊고 알코올로 무너져가는 자신의 심신을 구원하기 위해 쓴 작품이다. 이 작품에 나오는 꼬마 뱀파이어 클라우디아는 그녀의 딸 미셸을 모델로 했다.
앤 라이스는 2003년 ‘흡혈귀 시리즈’ 10탄인 『피의 일지』를 발표하고 한동안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2년 뒤 『어린 예수』를 발표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더군다나 이제부터는 오로지 주님을 위해서만 글을 쓰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기까지 했다. 사실 그녀는 1998년 혼수상태에 빠져 죽을 뻔한 고비를 간신히 넘긴 후, 열여덟 살 이후 떠났던 그리스도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때 ‘예수 그리스도 시리즈’를 쓰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자료조사와 스토리 구상을 시작했다. 흡혈귀, 마녀 등 환상적인 소재를 통해 ‘인간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왔는가?’라고 질문을 던지던 그녀가 예수에게로 완전히 돌아선 셈이다. 그러나 그녀의 소설을 읽어온 사람들이라면 이 작품에 등장하는 예수가 전작에 등장하는 비현실성과 인간적인 면모를 동시에 지닌 인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죽은 사람을 살리고, 병을 고치는 등 기적을 보여주다가도 삶의 일상에 기뻐하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사건들에 두려워하며 어머니의 품속에서 안도하는 일곱 살짜리 어린 예수의 모습이 설득력 있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뱀파이어 연대기』『뱀파이어와의 인터뷰』『뱀파이어 레스타』『저주받은 자들의 여왕』『육체의 도둑』『악마 멤노크』『메이페어 마녀 시리즈』『미라 람세스』 등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