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신학 비평'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 이 책은 예수의 신학의 보편성, 묵시적 상상력과 현실적 지혜의 조화, 시대를 초월하는 풍성한 영감을 세밀하게 해부한 책으로 '역사적 예수의 진정한 유산'을 해석학적 방법으로 살펴 본 걸작이다.

이 책은 5부로 구성되어 각각 예수의 아포리즘, 비유, 기적 이야기, 논쟁담, 수난 이야기 등 다양한 장르를 대상으로 분석하고 그 해석적 의미를 담아낸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일련의 탐색을 통해 예수의 삶과 사상이 둘이 아니라 하나였고, 그의 묵시적 상상력과 현실적 지혜가 어떻게 어우러지는지를 증명하는 동시에, 죽음에 대한 예수의 신학적 성찰이 삶의 한계를 넘어서도록 한 내력을 살펴보았다.

이 책에는 저자의 실존적 고백이 담겨있으며, 오늘날의 시대적인 배경을 깔고, 예수의 신학적 통찰을 당대의 문학적 형식과 역사적 맥락 안에서 해부하였다. 저자는 이 책에 예수 신학의 근본 정신을 되짚어 보면서 근래에 활발한 논의가 되고 있는 '제 2의 종교개혁'에 조그만 불씨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 책에서 저자가 살핀 예수의 신학은,
첫째, 보편주의적 지향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으로 종족적, 문화적, 사회·경제적 경계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둘째, 유대인 예수는 유대적인 묵시적 상상력에 친숙했지만, 그것이 결코 현실적 지혜의 세계와 유리되지 않았다.
셋째, 예수의 신학은 단지 예수와 그 동시대 인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 시대의 현실에도 각종 문제를 진단하고 그 해소의 대안을 제시하는 풍성한 영감의 창고이다.

머리말
Ⅰ 풀과 나무, 구름의 잠언
1. 눈과 빛의 암유(暗喩)
2. 담백한 낙관주의
3. 드러냄과 숨김
4. 적극적 상호주의와 타자의 윤리
5. 폭력·지혜·순수

Ⅱ 비유의 숲 그늘에 상상의 통풍구
1. 씨 뿌리며 고뇌하는, 고대하는
2. 불온한 시대, 막무가내의 세대
3. 나무가 된 어느 나물의 사연
4. 잃은 것을 찾는 내력
5. 탐욕의 종말을 향한 독백

Ⅲ 생명, 생존, 생활의 터닦기
1. 개가 되어도 좋은 만남
2. 말씀의 신뢰, 신뢰의 기적
3. 치열한 연민, 혹은 치유와 갱생의 회로
4. 폭풍 속의 단잠
5. 광야의 풀밭 식탁

Ⅳ말과 말 사이의 얽힘과 풀림
1. '하나님의 가족' 만들기
2. '바알세불' 내치는 신의 손가락
3. 온전함에 이르는 길
4. 율법적 인간과 인간적 율법
5. 권위의 기원 너머, 질문의 기원

Ⅴ 쪽빛 죽음에 붉은 정열을 담고
1. 성전에서 채찍을 들다
2. 향유(香油), 그리고 향유(享有)
3. 마지막 만찬과 함께 이별을
4. 죽음과 맞선 흔적, 또는 겟세마네

■ 머리말 중에서

예수의 신학을 조명하는 시도는 버거운 만큼 그 나름의 가치와 보람도 적지않다. 거기에는 무엇보다도, 예수의 목소리를 직접 접하며 그의 신학적 사유에 동참함으로써 '예수에 대한' 신학들이 쌓아놓은 완고한 앎의 성채에 구멍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뒤따른다.

그 구멍은 물론 열린 대화와 소통을 위한 구멍이다. 아울러, 그것은 내가 신이 아니라 하나의 유한한 인간으로 겸허하게 하나님 앞에 설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구멍이며, 그 흠 많은 인간들이 쌓아온 교의와 체제의 유산이 부둥켜안기보다 극복하고 초월해야 할 대상이라는 신학적 사색의 탄력성과 유연성을 이끌어내는 구멍이다.

나는 텅 빈 그 구멍이 지닌 쓸모 없음의 쓸모를 사랑한다. 물론 그 사랑의 동기는 별로 써먹지 못할 것의 소중함에 집중했던 예수의 인간 사랑과 생명 존중의 해방 정신에 잇닿아 있다. 이로써 나는, 예수의 신학을 구상하는 방법론적 현실의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의 재현이 '예수의 우상화' 또는 '그리스도 신앙의 경직화'를 방지하고 예수의 신학적 상상력과 사상적 자유를 변명할 수 있는 고육지책임을 굳이 주장하고 싶었던 것이다.
┃저자 머리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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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 전문 서평

“예수는 조화로운 신인동격체”
차정식교수 ‘묵시의 하늘과 지혜의 땅’ 출간

예수는 하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묵시론자인가 아니면 삶의 방식을 이 땅에 일깨워준 지혜자인가．이 둘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던 서구 역사 비평가들은 최근 묵시론 쪽으로 기울고 있다．이처럼 한쪽으로 치우친 서구의 역사 비평관을 극복하고 예수를 조화로운 신인동격체로 해석한 신학서가 최근 출간됐다．

한일장신대 차정식 교수는 최근 출간된 ‘묵시의 하늘과 지혜의 땅’(대한기독교서회)을 통해 예수는 하늘을 향한 묵시적 비전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경영한 지혜자였다고 주장했다．‘묵시의 하늘,지혜의 땅’이 암시하듯 이 책은 2000년전 하늘나라 말씀을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삶에 접목시켰다．비전 선포만이 예수가 전한 복음의 전부는 아니며 여기에는 예수의 생존지향적 지혜도 함께 담겨 있다고 서술돼 있다．실제로 차 교수는 이 책에서 예수를 당시 풍미했던 유대교 신학에 안주하지 않은 창조적 신학자로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은 예수의 당대 삶만을 강조하지는 않았다．3년간의 공생애를 통해 하나님 말씀을 지혜롭게 펼치며 살다가 마지막으로 택한 것이 예수의 십자가 구속의 길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예수가 전한 귀한 은혜를 헛되이 보내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는 게 이 책에 흐르는 정서다．따라서 이 책은 서구 역사관을 극복한 신학서이자 복음정신을 되새기는 신앙서이기도 하다．일반 독자의 입장으로는 신학자의 딱딱한 저술로 들리지만 이 책은 의외로 읽기 쉽다．어느 정도 신학적 지식을 쌓은 평신도나 신학생이면 충분히 이해할 만한 수준이다．

차교수는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미 시카고대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은 신약학자．중학시절 청주 순복음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한 그는 대학시절 봉천 제일교회를 다녔으며 유학중 미 장로교단으로부터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이 때문인지 그의 책은 진보와 보수를 함께 아우르는 중도성향을 띠고 있다．차교수는 십자가 구속에 매달리되 이에 의존하지만 말고 은총에 보답하는 삶을 살 것을 주문하고 있다．예수의 공생애는 비전 선포와 삶의 지혜라는 양면성을 함께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어떻게 살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예수의 비유도 그런 맥락으로 살펴봐야 한다．예수는 짧은 공생애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목숨을 바치는 순간에도 범인이 상상치 못하는 지혜를 보여줬다고 차교수는 말하고 있다．차교수는 이 책에서 예수의 생애를 교리적 해석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고요와 은혜가 넘치는 현장사역이라는 관점으로 보고 감흥을 느낄 것을 주문했다．

이 책은 프랑스 철학자 바슐라르가 갈파했듯 열린 사고로 예수를 대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무한한 은혜를 받은 만큼 이에 걸맞게 책임있는 삶을 살 것을 예수는 이 땅의 기독교인과 교회에 말하고 있는 것이다．이같은 관점에서 이 책은 기독인뿐 아니라 예수를 알기를 원하는 비기독인에게도 권할 만하다．

차교수는 “서구식 성서 분석뿐 아니라 서구식 문체도 함께 극복하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한국적 문체를 앞세워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있는 글을 쓰겠다”고 강조했다．
┃이병모기자 | east@kmib.co.kr | 국민일보 | 미션 | 2001-04-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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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속으로

개가 되어도 좋은 만남

그런데 이 대화의 정점은 예수의 그런 타박이 아니라 이에 대한 수로보니게 여인의 다음 한 마디에 있다: "주여 옳소이다마는 상 아래로 개들도 아이들의 먹던 부스러기를 먹나이다."(막 7:28) 그 여인은 경건한 유대인 예수보다 더 대범하게 개됨을 자처한 것이다. 개가 되어도 좋사오니 티끌만한 자비라도 베풀어달라는, 실로 무서운 응전의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로써 그 여인은 예수의 정당한 자기 주장을 뒤집어 그의 풍자성 발언에 골계적으로 응수함으로써 그 의도를 무색케 한다. 동시에 그 '개'의 이미지는 천박한 죄인의 표상에서 극단적인 자기 겸비의 긍정적 계기로 승화된다. 무릇 모든 기적은 이렇게 발끈하는 결기가 있기에 가능해지는 법이다. 아무리 쉬고 싶었던 예수라도, 아무리 보수 정통의 유대교 예법에 충실했던 경건한 그라 하더라도, 이런 경우에 두손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수로보니게 여인은 한마디 말로써 단번에 개가 되었지만 개가 되어도 좋은 만남 하나를 건진 것이다. 물론 그 통쾌함은 통렬한 마음의 충격을 통과한 뒤에 따라붙는 통쾌함이다. 그 여인의 딸이 얻는 치유는 순전히 그 부대 효과일 따름이다. 이 계기로써 예수는 유대인과 유대교의 반경을 벗어나 이방인들의 삶을 껴안게 되는 진보의 구멍을 뚫을 수 있었던 것이니, 한 여인의 이 치열한 자기 극복에의 의지는 예수조차 변화시켰던 셈이다. 이렇게 그 여인이 더욱더 낮은 곳으로 내려감으로써, 예수의 두로 행은 그가 떠나온 거리와 내려간 그 낮음의 깊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크나큰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된 것이다.
┃본문 | 148-149 쪽 |

차정식 소개

신학과 인문학을 가로지르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글쓰기로 성서신학을 일상과 사회, 문학의 영역과 연계시켜 크로스오버의 영역을 개척해가는 신학자다.
서울대학교 국사학과(B. A.)와 미국 맥코믹신학대학원(M. Div.)에서 공부하고 시카고대학교 신학부에서 박사학위(Ph. D.)를 받았으며, 현재 한일장신대학교 신학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신약성서와 창의적 설교, 예수 인문학, 신학의 스캔들, 스캔들의 신학, 바울 신학 탐구 등 50여 권(공저 포함)의 저술을 내놓고 예수와 기독교의 기원(상, 하)을 번역한 것 외에도 13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여 꾸준한 연구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신약성서의 환생 모티프와 그 신학적 변용으로 제1회 한국기독교학회 소망학술상을 수상했으며, 바울 신학 탐구가 2006년 문화관광부 우술학술도서로 선정되었고, 예수, 한국사회에 답하다가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성서문예학 연구가 2020년 우수출판콘텐츠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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