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교인 언약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위한 바르멘 신학선언과의 비교연구

히틀러 치하에서 전개된 독일 고백교회 운동은 기독교의 사회적 책임을 각성시켰고 우리나라의 진보계 신학자들에게 의해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에 일제시대 신사참배거부운동은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고 오히려 폄하되어왔다. 본서는 독일 고백교회운동과 한국의 신사참배거부운동의 기본 정신이 담겨있는 고백문헌 바르멘 신학선언과 한국 장로교인 언약을 통해 두 운동의 공통된 저항정신을 살펴보고, 그 운동의 와중에 순교한 주기철과 본회퍼의 죽음의 의미를 짚어보았으며, 한국의 신사참배거부운동과 오늘날 개혁주의 신앙운동과의 연속적 계승정신을 탐구하고 있다.
장로교인 언약은 7가지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내용은 "(1)신사참배는 우상숭배으므로 기독교인은 절대로 행하지 않아야 한다. (2)우상숭배를 행하는 교회로부터 분리해야 한다"는 두 가지로 집약된다.
이렇게 신사참배거부운동의 목표와 신학적 기초를 제공했던 1940년의 「장로교인 언약」은 독일의 「바르멘 신학선언」에 견줄 만한 한국교회의 귀중한 문헌임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져있지 않으며 오히려 지난 반세기동안 폄하(貶下)되어 왔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민족주의 기독교에 대한 경고, 우상숭배에 대한 저항, 정치권력의 신앙간섭에 대한 저항, 종교개혁 전통에 대한 신념, 교회의 보편성과 교회조직에 대한 교회론적, 신학적 통찰을 담고있다.
저자는 「장로교인 언약」의 정당한 역사적, 신학적 연구를 돕기 위해 한국복음주의신학회에서 발표하기 위해 작성한 "장로교인 언약과 바르멘 신학선언"을 중심으로 "장로교인 언약"과 관련문헌들을 엮었다.

머리말
차례
서론 : 주기철과 본회퍼
1. 만주지역의 신사참배거부운동
2. 장로교인 언약(1940) : 분석
3. 바르멘 신학선언과 장로교인 언약 : 비교
- 민족주의 기독교에 대한 저항
- 우상숭배에 대한 저항
- 정치권력의 신앙간섭에 대한 저항
- "오직성경"과 종교개혁 전통 고수
- 교회의 보편적 본질 천명
결론 : 고백교회운동과 신사참배거부운동
참고문헌
부록1 : 바르멘 신학선언(1934)
부록2 : 장로교인 언약(1940)
부록3 : Presbyterian Covenant(1940)
부록4 : Presbyterian Covenanters

히틀러치하에서 전개된 독일 고백교회운동은 기독교의 사회적 책임을 각성시켰다. 기독교회가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전후 복구 작업과 사회 참여 활동 그리고 독재자에 대한 항거에 적극성을 보인 것은 독일기독교의 실패에 대한 반성적 동기에서 비롯되었다. 사회윤리, 사회참여신학, 해방신학, 혁명신학은 나치치하의 과거사에 대한 자기 반성적 동기에 의해 발전되고 유지되어 왔다.
군사정권에 항거하여 투쟁하던 우리 나라의 진보주의계 신학자들은 독일의 고백교회운동을 영웅적인 신앙운동으로 추앙하면서 그것을 자신들이 전개하고 있는 사회참여 활동과 동일시해 왔다. 반면에 신사참배거부운동을 펼치다가 투옥되거나 순교한 사람들을 폄하해왔다. 순교자 주기철 목사를 제2차 대전시의 독일 나치즘에 항거한 본회퍼와 같은 인물로 간주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그가 사회에 대한 교회의 사명과 책임 때문에 옥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근본주의 신학에 의한 사상의 동결 혹은 자기 소외로 인한 희생양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독일의 고백교회운동은 실상 그것과 전혀 다른 역사와 전통을 가진 우리 나라의 신사참배거부운동과 일치한다. 신사참배거부운동 지도자들과 고백교회운동을 주도했던 인물들은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 신사참배거부운동은 서구의 정치적, 사회적, 종교적 상황과는 무관하게 진행되었는데도 사건의 성격, 진행과정, 저항, 저항의 대상, 저항의 동기, 신학적 주지, 수난, 순교, 사회참여적 결과 등에서 크게 일치한다. 특히 신사참배거부운동이 작성한 "장로교인 언약"(1940)은 고백교회 총회가 발표한 "바르멘 신학선언"(1934)과 놀랄만큼 흡사하다.
장로교인 언약은 만주지 역의 신사참배거부운동 지도자들이 작성한 것이다. 불의한 정치권력, 국가의 교회 간섭, 교회의 우상숭배 강요에 저항한 신앙고백 문헌이다. 신사참배거부운동의 목표와 신학적 기초를 제시한다. 신사참배의 종교적 성격을 규명하고 우상숭배를 행하는 거짓교회의 성격을 규명한다. 신사참배거부운동이 신앙고백서 작성에 무관심하지 않았고, 현실문제에 대해서도 결코 도피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바르멘 신학선언은 독일 루터파, 개혁파, 연합교회에 속한 고백교회운동 지도자들이 바르멘-부패탈에 총회로 모여 작성한 것이다. 독일 민족교회에 항거하면서 기독교인의 사회적 책임을 고취시킨 문헌이다. 기독교의 존립을 위협하는 혹독한 시험에 대처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바르멘 신학선언과 장로교인 언약은 모두 불의한 정치 권력과 타협하는 교회의 탄압을 받으면서 타협과 저항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에서 기꺼이 저항을 선택하고 그 까닭을 고백문헌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저 버리고 정치권력의 시녀가 된 교회, 민족교회-국가교회가 수용하는 성경 외적(外的)인 가르침을 거짓 교리 혹은 우상숭배로 규정하면서 거부한다. 모두 우상숭배를 행하고 있는 기존교회와 분리하면서 그 까닭을 밝힌다. 국가와 교회로부터 이중으로 공격을 받던 신자들이 교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답을 하고 시대와 교회가 요청하는 하나님 말씀을 명료하게 제시한 신앙고백 문헌들이다. 민족주의 기독교, 곧 우상숭배를 행하면서 정치권력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기존 교회를 거부하면서 교회의 보편적 본질과 "오직 성경"이 라는 원리를 가진 종교개혁 전통을 따라 작성한 것이다. 모두 기독교의 근본을 위협하는 당대 최대의 시험에 대한 신학적 천명이다.
바르멘 신학선언에 견줄 만한 탁월성을 가진 한국교회의 이 귀중한 문헌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본격적으로 소개되지 않았다. 이 책은 주로 이 문헌을 소개하기 위해 것이다. 한국복음주의신학회(2000,10.28-29, 고려신학대학원)에서 발표하기 위해 작성한 "장로교인 언약과 바르멘 신학선언"을 중심으로 "장로교인 언약"과 관련 문헌들을 엮었다. 한부선 선교사가 영어로 번역하여 『프레즈비터리안 가디언』(Presbyteian Guardian, 1943)에 기고한 것과 만주지역 신사참배거부운동-장로교인 언약자들을 소개한 한부선의 글을 함께 싣는다. 필자의 논문과 장로교인 언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교회는 사대주의를 버려야 한다. 우리의 고귀한 신앙고백운동은 무시하면서 서양 것에 대해서는 환상적인 생각을 가지는 태도는 사뭇 자조적이다. 한국교회는 지난 반세기 동안 일관되게 유지해온 신사참배거부운동에 대한 냉소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 성경적 기독교를 지킨 일제치하의 신사참배운동과 광복 후 그 신앙 전통의 맥을 이은 개혁주의 신앙운동, 곧 고려신학교를 중심으로한 교회재건운동, 회개운동, 진리운동에 대한 정당한 역사적, 신학적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 서론 중에서 -

최덕성 소개

최덕성은 고신대학교, 미국 노스캐롤나이나대학교, 리폼드신학교(M.Div.; M.C.E.), 예일대학교(S.T.M.), 에모리대학교(Ph.D.)에서 수학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도 수학했으며, 하버드대학교의 객원교수(1997-1998)였다. 장로교 목사로 여러 해 담임목회를 하다가 1989년부터 고려신학대학원-고신대학교 역사신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개혁주의 신학의 활력」「빛나는 논지 신나는 논문」「한국교회 친일파 전통」「일본 기독교의 양심선언」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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