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낳은 석학이며, 한국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세계적인 기독교 사상가인 우찌무라 간조의 전집 제7권은 '기독교'를 주제로 한 사상을 엮어 보았다.

일본에 개화의 물결이 한창이던 1861년에 태어나 1931년에 세상을 떠난 우찌무라 간조는 무사가 되기를 바라는 사무라이 아버지의 기대와는 달리 과학과 종교에 일찍 접하게 되었다. 그의 과학적 실험 정신은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일 때 기성의 교리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생애에 있어서 구체적인 사건으로 체험하여 받아들이도록 하였다. 그는 당시 일본의 문화, 정치, 종교, 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예언적인 예리한 필치로 그 병폐를 파헤치고 비판하였고, 일본의 역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겨 놓았다.
제7권은 기독교란 무엇인가? 를 비롯하여 기독교 교리 및 기독교 전반에 관한 것과 프로테스탄트, 현대사상에 비추어본 기독교, 타종교들과의 비교와 변증, 타학문과의 비교 외에도 믿음, 소망, 사랑 등 기독교의 중심 주제어에 대해서도 논하였다.

제 7 권
·기독교
기독교란 무엇인가? / 기독교연구 / 기독교를 깨닫는 일 / 기독교의 본질 / 프로테스탄트주의 / 독립의 기독교 / 그릇된 기독교 / 기독교와 근대(인) / 기독교와 불교 기타 / 기독교의 변증 / 기독교와 도덕 / 기독교와 과학 / 기독교와 진화 / 기독교와 사상·문학 / 기독교와 현세·사회 / 기독교와 세계 역사 / 기독교와 서양 / 기독교와 전쟁 / 기독교와 동양 / 기독교와 일본 / 일본적 기독교
·신앙
신앙의 의의와 필요성 / 신앙의 증거 / 속죄의 신앙 / 신뢰의 신앙 / 감사와 소망의 신앙 / 신앙과 행위 / 신앙의 유지 / 신앙의 증대 / 신앙과 지식 / 신앙과 건강 / 나의 신앙
·소망
소망의 이유 / 대망의 복음 / 재림의 소망 / 천국의 소망 / 소망의 생애
·사랑
사랑의 의의 / 하나님과 그리스도의 사랑 / 사랑과 의 / 사랑과 소망 / 사랑의 실행
·기도
기도의 정신 / 응답받는 기도 / 응답되지 않는 기도 / 기도집
·회의
·평안
·은혜
·위로
·보상
내촌감삼전집 목차

■ 본문 속으로
불교 대 기독교
그러면 불교와 기독교의 차이가 어디에 있느냐 하면, 일일이 셀 겨를이 없겠지만 주로 사랑의 관념에 두고 있다. 기독교에 가장 가깝다고 불리고 있는 정토문의 불교에서 미타(彌陀)의 타력 본원(本願)이 주창된다고 하지만, 이것을 그리스도의 십자가 위의 속죄와 견주어 볼 때, 그 사이에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미타의 자비가 자비를 위한 자비인데 대해서, 그리스도의 사랑은 의에 기초를 둔 사랑이다. 기독교의 하나님은 의의 하나님이시고, 의를 따르지 않으면 사람의 죄를 용서하지 않으시고, 의를 따르지 않고는 구원을 베푸시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미타의 자비는 단순하지만, 그리스도의 아버지 되시는 참 하나님의 사랑은 복잡하다. 로마서 3장 25절, 26절에 있는 죄의 용서에 대한 바울의 말은 불교신자에게는 멀리 돌려진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미타는 말한다. "용서한다. 용서한다. 나는 너희를 끝까지 돕고야 말겠다는 맹세를 믿으라. 그리고 구원을 얻으라"고. 기독교의 하나님은 말씀하신다. "너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라. 그러면 구원을 얻으리라. 믿지 않으면 멸망하리라"고. 이것은 왜 그런가 하면, 그리스도에게 있어서만 하나님의 의가 완전히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구원의 목적은 사람을 의롭게 하는 데 있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의에 근거한, 의를 위한 사랑이며, 엄밀한 의를 떠나서 그리스도의 구원은 없는 것이다.
이론보다 증거다. 불교국엔 의가 없다. 있어도 아주 미약하다. 사랑이란 대개는 「정」이다. 용서한다는 것은 남의 허물을 너그럽게 본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의로우신 까닭에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신다"라는 일은 불교신자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의가 없으면 나라는 망한다. 모든 것이 정실화되어 법률은 그 기능을 잃어버린다. 불교국에 강건한 나라가 없는 것은 이 이유를 가지고 설명할 수가 있다. 다행히도 일본에는 불교 이외에 사도가 있어서 불교의 이 큰 결점을 보충하여 왔기 때문에 오늘이 있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불교의 감화가 매우 강하기 때문에 정의를 사랑하는 마음이 약하고 강렬한 서양 문명과 만나서 사회 국가의 밑바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일본은 오늘날 이사야, 예레미야, 에스겔부터 시작하여, 예수님께 이르러 그 절정에 이른 하나님의 의의 가르침을 절실히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전번에, 타나까(田中) 공학박사와 신앙상의 관계를 끊은 것은 이 점에 있어서 그의 신앙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1929년 10월 『성서지연구』| 중에서

우치무라 간조 (內村鑑三) 소개

1861년 에도(江戶)에서 다카사키 한시의 아들로 태어났다. 동경외국어대학교(1874)를 거쳐 삿포로 농업대학(1877)에 입학, 거기서 처음 기독교를 접했고 세례까지 받았다. 졸업 후 잠시 농상무성(農商務省) 관리로 있다가 미국 유학을 떠나 애머스트(Amherst) 대학에서 기독교 역사, 히브리어, 헬라어, 서양사 등을 공부했으며 졸업 후 하트포드 신학교에서 신학 공부를 했다. 1888년 소명을 품고 귀국한 그는 니가타 현의 호쿠에쓰 가칸 학교에서 교편생활을 시작했다. 1891년 제일고등중학교에서 가르치던 중 천황의 ‘교육칙어’(敎育勅語)를 불경시(不敬視)했다는 이유로 교직을 떠나야 했으며, 이때부터 본격적인 저술 활동에 들어가 주옥같은 저작들을 쏟아 냈다.
한때 그는 월간 〈성서연구〉를 통해서 신앙과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애국과 정의에 관한 견해를 펼쳤으며, 이러한 사상은 김교신과 함석헌에게로 이어져 〈성서조선〉 창간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기성 교회가 지나치게 의식적이고 조직에 얽매여 있으며 신학에 사로잡힌 나머지 그 본래의 생명성을 잃어버렸다고 판단, 무교회주의를 주창하며 성서 연구 중심의 기독교 복음 운동을 전개했다. 1930년 몰(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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