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소설보다 더 스릴 있는 전개, 소설보다 더 신비한 이야기"

성경을 읽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창세기 첫머리의 몇 장을 지나자마자 가장 부러운 사람 하나를 만나게 된다. 그가 바로 에녹이라는 사람이다. 그러나 성경에 에녹이라는 사람에 대한 기사는 매우 적다. 창세기 5장에 짤막한 소개가 나오고 히브리서 11장과 유다서에 간단한 언급이 나올 뿐이다. 그래서 에녹의 행적은 호기심 많은 이들의 관심거리가 되어 여러 가지 위경에 언급되었고 신비주의자들이 내세우는 밀교적 전설에도 등장했던 것이다.
하나님과 동행하였고 하나님이 데려가셨다는 에녹의 모습은 모든 신앙인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에녹은 어떤 사람이길래 하나님과 동행하였으며 하나님은 그를 어떻게 생각하셨길래 산 채로 데려가셨을까? 에녹이 만난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 하나님은 왜 사람을 창조하셨는가? 에녹과 함께 찾아 들어가는 홍수 이전의 숨겨진 일들이 숨돌릴 틈 없이 전개된다. 전투와 음모, 사랑과 배신 그러나 마침내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는 신앙 소설이다.

제2부 / 동행
창을 든 소년
밀려드는 소문들
목숨을 걸어라
때가 가까우면
아름다운 동행자
육체가 되어
아벨의 호소
달빛 속에서
당신의 아픔으로
흔들리는 바다
상처를 싸매고
속죄의 땅
낙헌제를 위하여
불타는 광야
심판을 넘어서
두 나그네
쓰고 나서

■ 본문 속으로
창을 든 소년
아이들이 창을 잡았다. 그들의 눈은 샛별처럼 빛났고 새벽을 호흡하는 숨결이 이슬처럼 맑았다. 두 발이 땅을 박차면 그들의 손에 쥐어진 창은 번개처럼 바람을 갈랐다. 천둥소리와 같은 고함 속에도 무서운 적막이 깃들고 갑자기 움직이는가 하면 어느새 다시 천근의 기다림으로 돌아와 있었다. 나아가고 들어 갈 때에 그들의 시선 속에는 줄곧 날카로운 예지와 신속한 판단이 번쩍거렸다.
"자세를 더 낮추어라!"
유발의 호령 소리가 소년들을 질타하고 있었다.
"기력의 중심이 머리에 있으면 넘어진다. 더 아래로 낮추어라."
소년들을 훈련시키는 유발의 태도는 매우 엄격했다.
......
소년들을 세워 놓은 유발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 왔다.
"므두셀라, 앞으로 나와라!"
그 말을 듣고 라멕 노인이 에녹을 바라보았다.
"자네 아들이 뭘 잘못했나 보군."
므두셀라는 에녹이 에단을 아내로 맞아서 낳은 아들이었다. 에녹은 자기 첫 아들의 이름을 므두셀라로 지었다. 그것은 창 던지는 소년이라는 뜻이었고 전에 라멕 노인의 창에 맞아 죽은 손자의 이름이었다. 에녹은 손자의 죽음 때문에 평생 후회와 슬픔 속에 살아온 라멕 노인을 위로하기 위해 자기 아들의 이름을 그렇게 지어 주었던 것이다. 에녹이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저었다.
"아닐 겁니다."
그때 다시 유발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너희들이 연습한 자세가 어떻게 응용되는지 이제 보여 주겠다."
에녹의 짐작이 맞았다. 므두셀라는 동작이 틀려서 지적을 당한 것이 아니라 스승이 시범 상대로 택함을 받은 것이었다.
"모두들 자세히 보아라."
그렇게 말해 놓고 유발은 므두셀라를 향해 소리쳤다.
"자, 내 가슴을 향해 공격하라!"
스승을 향한 므두셀라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에녹이 라멕 노인쪽으로 슬며시 시선을 돌리며 그의 눈치를 살폈다. 손자의 손을 벗어난 창에 맞아 상처를 입었던 그가 지금 므두셀라의 창 솜씨를 보며 그 심경이 어떤지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라멕 노인은 흐뭇한 얼굴로 그들의 솜씨를 구경하고 있었다. 유발은 익숙한 자세로 므두셀라의 공격을 막아내다가 갑자기 역습을 했다.
"엇......"
유발의 동작이 하도 빨랐기 때문에 구경을 하고 있던 야렛 제사장이 깜짝 놀랐을 정도였다. 그러나 므두셀라는 그가 배운 초식대로 발을 옮기며 침착하게 스승의 역습을 막아낸 후 자세를 바로잡았다. 라멕은 고개를 끄덕이며 에녹을 바라보았다.
"내가 저것을 못했던 거라네."
"네?"
"뜻밖의 기습을 당해도 침착해야 하는데 나는 그때 당황했던 거야."
┃본문 9-11p. 中에서 |

김성일 소개

1940 서울 출생
1961「현대문학」지에 단편 <분묘>, <흑색시말서>로 소설 추천 완료
1965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과 졸업
1985 제2회 기독교 문화상 수상
현재 이태원 감리교회 장로

<저서>
단편집 - 흑색시말서, 백골도
장편소설 - 땅끝에서 오다, 땅끝으로 가다, 땅끝의 시계탑, 땅끝의 십자가, 빛으로 땅끝까지(1,2), 제국과 천국(상,하), 홍수 이후, 다가오는 소리, 공중의 학은 알고 있다. 바깥 사람들, 아브라함, 동방, 병사와 피리
작품집 - 뒷골목의 전도사, 건너가게 하소서
칼럼집 - 성경과의 만남, 성경대로 살기, 비느하스여 일어서라, 성경으로 여는 세계사, 별과 같이 비취리라, 남자와 여자로 만드시고, 다윗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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