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더듬이로 붕어를 잡듯이, 성경구절 한절 한절을 조심스럽게 더듬어 나가노라면,서로서로 해석해 주는 구절을 잡게 된다."

오늘 한국교회에 문제점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심각한 것은 성경해석의 난맥상이요, 무정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모두가 자기 입맛에 맞게 제멋대로 해석하고 있는데, 이것은 그야말로 성경해석학의 무정부 상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성경해석의 난맥이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의중이나 서재 안에서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매주일 교회 강단에서 설교로 반영되어 나온다는 사실이다. 성경해석과 설교는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성경은 성경이 해석해 주는 대로 따라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잘못된 해석들이 많은 것이다. 본서는 성경해석에 대한 잘못을 바로잡고, 올바른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이 성경말씀 읽는 것을 강조하는 곳이 별로 없다. 철학적으로, 문학적으로, 조직적으로 설교하는 것만 키워준다. 걷지도 못하는 앉은뱅이에게 점프하는 비결이 통하는가? 마찬가지로 성경말씀을 읽는 데는 투자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능력 있는 설교의 비결은 통하지 않는다. 오직 성경 읽는 데에서 만 가지의 비결이 나오는 것이다.

머리말
들어가는 말
성경해석의 원칙 세가지
교안
1. 가까운 문맥에서 서로 해석해 주는 경우
2. 먼 데서 서로 해석해 주는 경우
3. 성경에 나타난 역사적인 사건이 두 곳 이상 기록되었을 때에, 그 두 곳 이상의 사실을 대조해 보면 그 사건에 대하여 좀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4. 같은 단어이나 그 단어가 쓰이는 문맥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경우
5. 성경의 어느 한 구절이 성경 전체의 뜻을 다 드러내지 않고, 성경 전체의 뜻의 한 부분을 드러내는 경우

■ 본문 속으로
3. `하나님과 동행`
창세기 5장 24절을 보십시오.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더니." 또한 창세기 6장 9절에 보면, 노아를 가리켜 "그가 하나님과 동행하였으며"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사람들끼리 동행한다는 것은 간단합니다. 그런데 하나님과 동행한다는 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했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합니까?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했다는 것이 하나님과 손잡고 산책했다는 것입니까? 저는 `동행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으로 혼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닙니다. 성경을 읽다가 파괴적인 뜻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것은 좋지 않지만, 건전한 뜻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은 바람직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경을 읽으면서 `왜 그럴까?` 라는 물음표를 찍어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 `넷`이라는 수학의 답이 나왔다고 합시다. 이 답은 하늘에서 낙하산 타고 떨어진 것이 아니고 둘 더하기 둘이나, 셋 더하기 하나나, 하나 더하기 셋이나, 다섯 빼기 하나나, 여섯 빼기 둘이든 문제가 먼저 있었기 때문에 `넷`이라는 건설적인 답이 나온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성경을 읽으며 `이 말씀이 무슨 의미로 이렇게 쓰인 것일까? 자꾸 문제를 삼아 보아야 합니다.
옛날에 어느 아버지 거지와 아들 거지가 평생 얻어먹고 다니면서 살았는데, 겨울 내내 옷을 입고 잤기 때문에 안에 이가 득실득실했습니다. 봄날이 되어 겨우내 입고 다니던 옷을 벗어 오래간만에 양지 바른 곳에 앉아서 부자 거지가 이를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맞은편에 있는 농촌 초가집에 불이 났습니다. 불이 나니까 남자들은 지게에 묾통을 지고 오고, 부인들은 머리에 물동이를 이고 와서 불을 끈다고 온 동네가 야단이 났습니다. 아들 거지가 말했습니다. "아버지, 저 사람들은 불을 끈다고 야단났는데 우리는 집이 없으니까 불 탈 걱정 없어 좋네요." 그러자 아버지가 하는 말이 "그래, 네가 잘 생각했다.그게 다 누구 덕인지 아니? 네 애비 잘 만난 덕이다."하는 겁니다.
집이 없어 불 탈 걱정이 없는 것은 좋은데 불 탈 걱정은 누구만이 가지고 있는 특권입니까? 집을 가진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입니다. 불 탈 걱정 없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사실은 불행한 것입니다. 문제가 안 생기는 것이 행복 같지만 그것은 발전이 없습니다. 건설적인 뜻에서 `왜 그럴까?`를 생각하며 문제를 삼아야 발전이 있는 것입니다, 저는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했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안되었기 때문에 그것을 숙제로 남겨 놓고 구약을 순서대로 읽어나갔습니다. 그러다가 아모스 3장 3절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아, 내가 지금까지 문제삼았던 동행의 뜻을 성경이 여기서 가르쳐 주는구나.`
"두 사람이 의합지 못하고야 어찌 동행하겠으며."
성경은 두 사람이 뜻이 맞아야 동행한다고 합니다. 길거리에 두 사람이 나와있다고 합시다. 오른쪽으로 가면 춘천으로 가는 길이요, 왼쪽으로 가면 와수리로 가는 길입니다. 그런데 한 살마은 와수리로 가겠다고 하고, 한 사람은 고개 넘어 춘천으로 가겠다고 하면 두 사람이 동행을 할 수 있습니까? 결코 동행할 수 없습니다. 뜻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의 뜻이 맞아야 동행이 가능한 것입니다. 부부끼리 몇 해 동안 살다가도 뜻이 안 맞으면 이혼을 합니다. 뜻이 안 맞으니 동행이 되지 않습니다.
┃본문 179-181p. 中에서 |

박희천 소개

평양신학교와 숭실대학교를 거쳐 고신신대원을 졸업한 후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Th. M.)와 미국 칼빈신학교에서 공부하였다.
서울 내수동교회를 담임하였고, 총신신대원에서 28년간 교수로 역임하면서 헬라어, 설교학, 성경해석학 등을 가르쳤다.
현재 내수동교회의 원로목사인 그는 성경에 대한 특별한 사랑으로 한국 교회에 널리 알려져 있으며, 많은 후학들과 목회자들에게 성경을 올바르게 설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는 귀감이 되어 왔다.
󰡔표준성경󰡕(생명의말씀사) 번역위원으로도 활동했으며, 저서로는 󰡔나의 설교론󰡕, 󰡔사무엘상󰡕, 󰡔사무엘하󰡕, 󰡔다윗과 솔로몬의 통일왕국󰡕, 󰡔북국 이스라엘󰡕 외 수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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