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화된 기독교에 대항하여 그리스도 복음의 순수성을 옹호한 제2의 루터, 우치무라 간조

대다수 사람들은 우찌무라 간조를 '무교회주의자' 혹은 '일본 기독교 지도자' 정도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를 지역적이고 시대적인 사상가로 그의 학문적 영역을 한정하기에 그의 사상의 폭과 깊이는 매우 방대하고 심오하여 총체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본서는 일본이 낳은 세계적 사상가인 우찌무라 간조의 사상을 저작전집과 성경강해 전집을 바탕으로 그가 주장한 성경의 참뜻과 그리스도인의 삶의 모습을 규명하여 오늘날 우리의 삶에 실제 적용하는 기회로 삼고자 했다.
우찌무라 간조는 일본 개화기에 활약한 신앙운동가로 동서문화가 일본이란 지점에서 접촉하는 의의를 통찰하였다. 그는 근세 과학정신으로 서구의 과학을 문제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서구 기독교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여 평생의 화두로 삼았다. 그의 신학은 단순한 서구 기독교의 내재화가 아닌 생애의 실천적 사건으로 신앙을 받아들인 실험적 방법론에 입각해 있다.
우찌무라 간조의 생애는 그 삶의 태도에 있어서도 독자적인 깊이를 보여주며 그의 개성적인 생활태도는 일본의 역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겨 놓았다. 그의 사상은 예언자적인 통찰력으로 일본의 문화, 정치, 종교, 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비판하면서 참된 삶의 방향과 일본의 지향점을 제시하였다. 우찌무라 간조의 신앙과 사상은 오늘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그 방대한 저서는 기독교 신앙의 유산, 특히 동양의 신학적 유산으로 영원한 가치를 획득하고 있다.
우찌무라 간조의 전집 제8권인 본 권은 우리무라 간조가 전도, 신앙생애, 신자, 교회, 무교회, 고난과 독립에 관해 쓴 논문, 문장, 설교, 강연들을 모아 편집한 것이다.

전도
신앙생애
신자
교회
무교회
고난
독립

■ 본문 속으로

나는 어떻게 신자를 만들었는가?
우리가 신자를 만든다는 것은 농부가 쌀을 만든다는 것과 같다. 물론 우리가 신자를 창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신자를 완성시키려는 하나님의 심부름을 할 뿐이다.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을 뿐이요 하나님이 자라게 하셨다"(고전 3:6). 우리가 신자를 만든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가 복음의 씨를 뿌리고 때로는 견신(堅信)의 물을 준다고 말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심는 사람이나 물 주는 사람은 아무 것도 아니요,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뿐이다."(고전 3:7)
우리가 신자를 만든다고 말하는 것은 하나님의 도구로서 이 성업에 사용된다고 말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비밀을 깨달을 때까지는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우리는 한 사람의 신자도 만들지 못한다.
나도 무지하였던 탓으로 몇 차례나 신자를 만들려고 했다가 실망한 일이 있다. 나는 웨슬리, 무디 등의 체험담을 듣고, 어째서 나는 신자를 만들지 못하는가 하고 몹시 회의하였다. 그리고 나는 갖가지로 신자 만드는 법을 연구하였다. 성서에 정통하려고 하였다. 웅변학을 연구하려고 하였으며, 높은 단상의 전사가 되고자 하였다. 인심을 끌어 모으는 기술을 배워서 사람을 설득하는 법을 익히려고 하였다. 그러나 한 가지도 성공하지 못하였다. 몇 해 동안이나 노고를 하였으면서도 한 사람의 신자도 만들지 못하였다. 나의 친구는 일찍이 나에게 이렇게 충고하였다.
"전도는 결코 자네의 천직이 아니다. 나는 아직 단 한 사람도 자네의 설교를 듣고 신자가 되었다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자네에겐 다소의 구변은 있다. 하지만 자네는 자네의 구변을 자랑하기 때문에 자네의 말솜씨가 신자를 만들지 못하는 것이다. 자네에게 열성은 있다.그러나 자네는 자신의 열성에 들떠서 상식의 궤도를 벗어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네의 열성에 접하고는 오히려 종교를 싫어하고 믿지 않으려 한다.
나는 단연 자네에게 충고한다. 자네는 전도사가 되려는 야심을 버려야 한다고. 자네의 기독교는 자기 자신을 구하는 데 그칠 것이지 그것으로 타인을 구하고자 하지 말라. 자네의 천직은 달리 있다. 즉 처음에 지망하던 어류학으로 돌아가라. 베드로를 흉내내어 사람을 낚으려고 하지말라. 자네가 낚아야 할 것은 영혼을 갖춘 인간이 아니라 지느러미와 비늘을 가진 물고기이다. 나는 자네에 대해서 이렇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친구의 이 충고를 들었을 때 대단히 실망하였다. 나는 2,3일 동안 울고 또 울었다. 나는 기독교신자가 되었으면서도 한 사람의 신자도 만들 수 없단 말인가? 나는 물론 안수례를 받는 본?적인 전도사가 되겠다고 원하진 않는다. 나는 일찍부터 평생토록 평신도로 있겠다고 결심하였다. 교역자는 내가 무엇보다도 싫어하는 것이다. 감독이라든가, 선교사라든가, 목사라든가, 그런 직책은 죽어도 맡지 못할 것이다.
나는 세례를 주는 특권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성찬식을 주제하는 권능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순수한 일개 신자로서 만족한다. 그러나 나도 기독교신자가 된 이상 단 한 사람의 영혼도 그리스도에게로 인도하지 못하고 만족할 수는 없다. 나는 전도사답지 않은 전도사가 되고자 원하였다. 그리고 지금 역시 그렇게 원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신자도 만들지 못하고 나의 일생을 마친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단 한 사람이라도 신자를 만들고 나의 기독교적 생애를 마치고자 열망하였다. 그러면서도 실제로는 신자를 만들 수가 없었다.....
이와 같은 번민을 푸는데 나를 도와 준 사람은 토마스 칼라일이다..... 만일 세상에 신자를 만드는 비결이 있다고 한다면 이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즉 토마스 칼라일이 말한 「성실, 마음의 참된 모습 그대로」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나머지는 하나님께 맡겨 드리는 것이다. 그 나머지 일은 우리들 인간이 간여할 바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베풀어진 구원은 명백하고 정확하고, 솔직하게 말하면 되는 거시다. 그것이 최상 유일의 전도법이다.
┃본문 | pp. 73∼76 중에서 |

우치무라 간조 (內村鑑三) 소개

1861년 에도(江戶)에서 다카사키 한시의 아들로 태어났다. 동경외국어대학교(1874)를 거쳐 삿포로 농업대학(1877)에 입학, 거기서 처음 기독교를 접했고 세례까지 받았다. 졸업 후 잠시 농상무성(農商務省) 관리로 있다가 미국 유학을 떠나 애머스트(Amherst) 대학에서 기독교 역사, 히브리어, 헬라어, 서양사 등을 공부했으며 졸업 후 하트포드 신학교에서 신학 공부를 했다. 1888년 소명을 품고 귀국한 그는 니가타 현의 호쿠에쓰 가칸 학교에서 교편생활을 시작했다. 1891년 제일고등중학교에서 가르치던 중 천황의 ‘교육칙어’(敎育勅語)를 불경시(不敬視)했다는 이유로 교직을 떠나야 했으며, 이때부터 본격적인 저술 활동에 들어가 주옥같은 저작들을 쏟아 냈다.
한때 그는 월간 〈성서연구〉를 통해서 신앙과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애국과 정의에 관한 견해를 펼쳤으며, 이러한 사상은 김교신과 함석헌에게로 이어져 〈성서조선〉 창간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기성 교회가 지나치게 의식적이고 조직에 얽매여 있으며 신학에 사로잡힌 나머지 그 본래의 생명성을 잃어버렸다고 판단, 무교회주의를 주창하며 성서 연구 중심의 기독교 복음 운동을 전개했다. 1930년 몰(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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