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화된 기독교에 대항해 가장 순수한 신앙의 본질을 설파한 우찌무라간조 사상의 진수를 만난다


간행사
2천 년의 기독교 역사상 바울처럼 십자가의 은혜를 깊이 맛본 사람이 또 누구인가? 그리고 바울처럼 눈부시게
전통을 밟아 온 사람이 또 누구인가? 그는 스스로 유대 사람 중의 유대 사람으로 자처하였다. 그러나 마침내
유대주의는 그를 어쩔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아넣었다. 결국 그는 율법의 무거운 짐을 견디다 못해 “아
나는 얼마나 비참한 사람인가! 누가 이 죽음의 몸에서 나를 건져 내랴?” 비명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이 절박한
때에 그는 율법 이외의 세계에서 그리스도를 발견하고, 그의 의로 말미암아 의롭다 함을 얻게 되었다. 바울은
율법에 죽고 십자가에 살아났다. 그와 동시에 그는 낡은 멍에를 벗어 버리고 그제야 아무것에도 매이지 않은
이방인의 사도가 되었다.
만일 교회 역사상 제2의 바울을 찾을 수 있다면, 그는 다름아닌 루터일 것이다. 그도 원래는 로마교회의 충실한
아들이었다. 그런데 그도 또한 교회의 벽에 부딪히고야 말았다. 루터는 심혼을 기울여 교회를 의지하였으나
교회는 그에게 평안을 주지 못하였다. 그를 구원한 것은 일찍이 바울을 구원하였던 그분이었다.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하였다. 그 또한 둘도 없는 십자가의 아들이었다. 해방된 자유의 사람이었다.
바울과 루터, 이 두 사람은 확실히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들 두 사람의 뒤를 이어, 진리의 최후의
적인 배금주의와 싸우며 그리스도의 복음의 순결을 옹호하기 위하여 이 땅에 보냄을 받은 또 한 사람이
있었다. 그가 곧 일본이 낳은 우찌무라 간조(內村鑑三), 그 사람이다.
그는 나라를 구원하는 근본은 그리스도의 복음에 있고, 복음 전도의 근본은 성서 연구에 있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성서를 교회의 손에서 해방하여 평신도의 책으로 만들고, 종교가의 손에서 해방하여 온 인류의
책으로 만들었다. 그는 일생을 통하여 이른바 속화된 기독교에 대항하여 그리스도의 복음의 가장 순수한
생명을 명백히 하였다.
우찌무라 간조의 생애는 그 생활태도에 있어서 독자적인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그 강렬한 개성적인
생활태도는 일본의 역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겨 놓았다. 그는 당시 일본의 문화, 정치, 종교, 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예언적인 예리한 필치로 그 병폐를 파헤치고 비판하면서 참된 삶의 방향과 일본의 천직을 제시하였던
것이다.
우찌무라 간조의 신앙과 사상은 오늘 일본에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그 방대한
저서는 인간의 생명의 양식으로서, 인류의 신앙의 유산으로서 영원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할 것이다.
한 사람의 사상을 조명하기 위해서는 그의 생애와 함께 그가 발표한 글들 즉 1차 자료를 깊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그가 발표한 글들은 그의 사상의 압축이며 시대의 반영이다. 그러기에 한 조각의 글이라도 귀하게 여기며,
이것을 통하여 숨겨진 참 뜻을 음미하여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이 낳은 세계적 사상가인 우찌무라 간조(內村鑑三)의 사상을 조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많은 사람들은 그의 사상의 실체에 대하여 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무교회주의자’ 또는
‘일본 기독교 지도자’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그를 이렇게 평하기에는 그의 사상의 폭이 너무 넓고 또 너무
심오하여 그를 총체적으로 평가할 수가 없다.

우치무라 간조 (內村鑑三) 소개

1861년 에도(江戶)에서 다카사키 한시의 아들로 태어났다. 동경외국어대학교(1874)를 거쳐 삿포로 농업대학(1877)에 입학, 거기서 처음 기독교를 접했고 세례까지 받았다. 졸업 후 잠시 농상무성(農商務省) 관리로 있다가 미국 유학을 떠나 애머스트(Amherst) 대학에서 기독교 역사, 히브리어, 헬라어, 서양사 등을 공부했으며 졸업 후 하트포드 신학교에서 신학 공부를 했다. 1888년 소명을 품고 귀국한 그는 니가타 현의 호쿠에쓰 가칸 학교에서 교편생활을 시작했다. 1891년 제일고등중학교에서 가르치던 중 천황의 ‘교육칙어’(敎育勅語)를 불경시(不敬視)했다는 이유로 교직을 떠나야 했으며, 이때부터 본격적인 저술 활동에 들어가 주옥같은 저작들을 쏟아 냈다.
한때 그는 월간 〈성서연구〉를 통해서 신앙과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애국과 정의에 관한 견해를 펼쳤으며, 이러한 사상은 김교신과 함석헌에게로 이어져 〈성서조선〉 창간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기성 교회가 지나치게 의식적이고 조직에 얽매여 있으며 신학에 사로잡힌 나머지 그 본래의 생명성을 잃어버렸다고 판단, 무교회주의를 주창하며 성서 연구 중심의 기독교 복음 운동을 전개했다. 1930년 몰(歿).

우치무라 간조 (內村鑑三) 최근작

전체선택 장바구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