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배기 증손녀가 백 세 할머니를 위해 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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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던 내 비밀 이야기를 들어보련?
여덟 살 소녀는 자기처럼 키도 작고 몸집도 작은 외외증조할머니를 무척 사랑합니다. 엄마의 엄마의 엄마, 그러니까 엄마의 외할머니이시죠. 어머니를 일찍 여읜 엄마를 외외증조할머니께서 키워주셨답니다. 소녀는 그냥 ‘할머니’라고 불러요.
소녀와 할머니는 둘도 없는 단짝 친구예요. 소녀는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옛날이야기를 특히 좋아합니다. 어느 날, 소녀와 함께 인형놀이를 하던 할머니는 문득 옛날 생각이 떠올랐어요.
친구가 신은 빨간 구두를 보고 내심 부러웠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차마 부모님께 사달라고 조르지 못했죠. 그때 이후로 신발가게를 지날 때마다 진열된 빨간 구두를 하염없이 바라보곤 했어요. 하지만 결국 백 세 할머니가 되도록 단 한 번도 신어보지 못했지요.
할머니는 지금도 가끔 꿈을 꿉니다.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빨간 구두를 신고서 바람처럼 가볍게 뛰어다니며 나비처럼 훨훨 춤을 추는 꿈이에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은밀한 비밀을 소녀에게 털어놓았습니다.
마침, 할머니의 백 세 생신날이 다가옵니다. 생신 파티 준비로 고민하는 엄마에게 소녀는 할머니의 비밀 이야기를 귓속말로 전합니다. 멀리 살던 친척들이 모이고 파티 준비를 했어요.
할머니는 선물 상자를 열어보고는 깜짝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셔요. 그런데 소녀는 “이게 다가 아니에요, 할머니!”라고 말합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할머니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말았어요. “어머나, 세상에!”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습니다.)

얘들아, 너희는 너희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있니?
책의 부록으로 실린 <이 책을 읽은 친구에게- 너는 알고 있니?를 통해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이해를 돕습니다.
하와이에서 교사 생활을 하는 비키 선생님이 묻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니? 어떤 친구는 주글주글 주름살, 하얀 머리칼, 지팡이, 휠체어 같은 것이 떠오른다고 해. 또 어떤 친구는 큰 소리로 얘기해도 잘 못 알아들으시고, 자꾸 깜빡깜빡하신다며 불평하기도 하더라.”
비키 선생님은 이 모든 것이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신체적인 변화일 뿐, 너 자신도 갓난아기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커가고 있지 않느냐고 말합니다. 그리고 다시 묻습니다. “너는 너희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있니?” 어린 시절은 어떠셨는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시는지, 지금도 이루고 싶은 꿈이 있으신지……. 이런 것들이 궁금하지 않느냐고 주의를 환기시키죠.
비키 선생님은 말합니다. “너희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해 알면 알수록 얼마나 다정하고 지혜롭고 멋진 분들인지 깨닫게 될 거야. 어쩌면 네가 반해 버릴지도 몰라.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될 걸!”

할머니, 할아버지- 아이 곁에 있는 아주 지혜로운 친구
2008년 7월 현재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501만 6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10.3%에 이릅니다. 유년인구의 증가율보다 노인인구의 증가율이 날로 앞서고 있습니다. 이미 고령화 사회로 들어선 우리에게 노인은 어떤 존재일까요?
 아이에게 할머니, 할아버지는 가깝고도 먼 사이입니다. 부모보다 더 가깝게 느끼며 친구처럼 지내기도 하지만, 아이가 보기에 할머니, 할아버지의 흰머리와 주름살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무섭게까지 느끼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아이에게는 할머니에게도 ‘나’와 같은 어린 시절이 있었음을 상기시켜 주고, 할머니에게는 살아온 이야기 그대로가 재미있는 옛날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 본문 중에서 ]

나는 엄마가 있는데, 우리 엄마는 엄마가 없어요. 엄마가 어렸을 때에 외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대요. 그래서 외할머니의 엄마, 그러니까 엄마의 엄마의 엄마가 엄마를 키워주셨어요. 내게는 ‘외외증조할머니’가 되세요. 아휴, 복잡하죠? 그래서 난 그냥 ‘할머니’라고 불러요.
……
할머니가 그러시는데요, 할머니의 구름 모자 속에는 이야기 요정이 살고 있대요. 요정이 하얀 머리칼을 훑으면 샘에서 물이 솟아오르듯 옛날이야기가 쏙 올라온대요. 난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옛날이야기가 정말 정말 좋아요.
……
“이야기 요정이 오늘은 빨간 구두 이야기를 들려주라고 하는구나. 아무한테도 얘기한 적이 없는데……, 내 비밀 이야기를 들어 볼래?”
……
“내가 너 만할 때였어. 엘리자라는 친구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 받아서 갔는데, 걔가 빨간 구두를 신고 있지 않겠니. 이슬 맺힌 딸기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빨간 색이었어. 얼마나 예뻐 보이던지……, 나도 꼭 한번 신어보고 싶더구나.
그 후로 아버지를 따라 시내 구경을 갈 때마다 난 신발가게로 달려가고는 했단다. 진열대에 놓인 빨간 구두를 한참동안 쳐다보곤 했지. 하지만 사달라고 조르지는 않았어. 우리 집은 엘리자네만큼 부자가 아니었거든.
아버지는 늘 군화만 사주셨어. 오래 신을 수 있는 튼튼한 신발이 최고라고 하셨지.”
……
“하지만 군화가 튼튼하긴 해도 빨간 구두처럼 노래를 부르진 못하지.”
“에이, 할머니, 신발이 어떻게 노래를 해요!”
……
“빨간 구두라면 할 수 있단다. 귀를 잘 기울이면 너도 들을 수 있어. 할머니 귀에는 지금도 들리는걸.”
할머니가 빨간 구두를 신은 손가락을 귓가에 대며 웃으셨어요.
……
“뭔가 특별한 선물이 없을까?”
엄마가 연필로 식탁을 톡톡 두드리며 중얼거리셨어요. 그때 다용도실에 널브러진 신발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엄마,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요!”
엄마에게 귓속말로 할머니의 비밀 이야기를 들려 드렸어요.
……
“백 번째 생신을 축하드려요. 어서 뜯어보세요! 할머니!”
……
할머니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셨어요.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나를 쳐다보셨지요.
“이게 다가 아니에요, 할머니!”
……
할머니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사람들의 발을 휘둘러보더니 곧 눈물을 터뜨리셨어요.
“어머나, 세상에!”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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