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여성학자 바바라 G. 워커는 『흑설공주 이야기』에서 고전동화가 보여준 ‘미녀는 선(善)하고 추녀는 악(惡)하며, 남성은 권력을 휘두르고 여성은 그 권력의 그늘에서 안주하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라는 공식을 가차 없이 무너뜨리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통해 삶의 다양성을 꿈꾸는 여성들을 위한 새로운 동화를 만들어냈다. 이 책에서는 용감하고 재기 발랄한 여자들이 그 동안 남자에게만 열려 있던 모험의 세계로 떠나며,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공주들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고 성취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여성을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동화들을 다채롭고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지금도 수많은 어린이들에게 읽혀지고 있는 『백설공주』, 『미녀와 야수』, 『신데렐라』 등의 동화는 편견과 차별로 가득하다. 특히 이들 동화는 ‘여성의 행복은 미모’로 결정되고, ‘계모는 항상 악녀’로 묘사되는 등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하다. 이런 류의 동화들은 부지불식간에 여성, 권력, 부 등에 관한 편견과 차별을 심어주고 있다.


1. 흑설공주
2. 못난이와 야수
3. 개구리 공주
4. 릴리와 로즈
5. 분홍요정 세 자매
6. 막내 인어공주
7. 하얀모자 소녀
8. 신데헬
9. 벌거벗은 여왕님
10. 질과 콩나무
11. 알라딘과 신기한 램프
12. 늑대 여인
13. 퀘스타 공주
14. 바비인형

미디어 리뷰
공주는 꼭 희고 예뻐야 하나
동화에는 꼭 지켜져야 하는 법칙이 있다. ‘아름다운 여자가 얼굴만큼이나 아름다운 마음가짐으로 온갖 역경을 뚫고 견뎌내어 마침내는 잘생기고 용감한 왕자를 만나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다. 영원한 동화의 고전인 백설공주,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등등은 이 법칙을 충실히 따랐고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세계각국의 어린이들에게 사랑받아왔다. 그뿐 아니라 이 법칙은 하이틴 로맨스와 TV 멜로드라마로 ‘버전 업’되어 동화를 읽고 자란 성인 여자들에게까지 변함없는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한국어로 출간된 『흑설공주 이야기』(원제 Feminist Fairy Tale)는 원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름다운 여성보다 당당한 여성을 만들고자 하는 여성학적 관점에서 쓰여진 동화모음집이다. 덕분에 동화의 등장인물들은 원래 동화와는 조금씩 다른 모습들이고 스토리 또한 원래의 동화와는 다른 ‘여성학적 해피엔딩’이다.
‘흑설공주 이야기’에서 못된 계모는 총명한 마녀로, ‘알라딘과 요술램프’에서 알라딘은 여자아이로, ‘미녀와 야수’에서 미녀 대신 착한 ‘못난이’로 조금씩 달라진다. 물론 이야기의 전개와 내용도 확연히 달라진다.
'흑설공주’에서 권력욕에 넘치는 귀족 헌트 경이 흑설공주와 결혼하려 하자 현명한 마법사인 계모는 숲속의 난장이들과 연락을 취해 흑설공주를 보호하게 하고 이웃나라 왕자와 결혼할 수 있게 돕는다. ‘못난이와 야수’에서 못생겼지만 착한 막내딸은 아버지가 야수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청해서 야수의 성으로 가고, 거기서 야수는 못난이와 진실한 사랑에 빠진다. 슬픈 사랑의 대명사 ‘인어공주’는 현명한 시어머니인 왕비의 도움으로 왕자와 행복한 결혼을 하게 된다.
이 동화집에서 특히 ‘마녀’의 권리회복이 눈에 띈다. 광신적 기독교가 지배했던 중세에는 산파와 약제사, 의사로서 활약했던 현명한 여인들을 ‘마녀’로 몰아 화형시켰다. 이는 여성의 사회활동을 완전히 제약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 최근 여성학계의 ‘마녀론’이다. ‘흑설공주’의 현명한 계모, ‘막내 인어공주’의 현명한 시어머니, ‘신데렐라’의 죽은 어머니는 현명하고 영특한 마녀들로 등장한다.
총 14편의 동화가 실려있는데 이중 마지막 두 편인 ‘퀘스트 공주’와 ‘바비인형’은 작가가 아예 새로 쓴 ‘여성학적 동화’다. 특히 ‘퀘스트 공주’에서 공주는 가부장적 아버지의 횡포를 벗어나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결국 자신의 힘으로 왕국을 되찾고 다스리는 인물로 묘사된다. ‘바비 인형’은 인형세계를 빗대어 아름답지만 머리는 텅 빈 ‘바비’와 전쟁놀이에 몰두하는 남성적이고 호전적인 ‘조일병’을 통해 외모와 힘을 추구하는 빗나간 여성과 남성의 모습을 풍자한다.
90년대 중반 출간된 『정치적으로 올바른 동화』(J F 가너 저) 시리즈와 맥을 같이하는 이 동화모음집의 저자인 바바라 G 워커는 세계적 여성학자로서 93년 ‘올해의 여성 휴머니스트’로 선정되었고 95년 펜실베이니아 대학으로부터 ‘역사를 만든 여성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경향신문 책마을 이무경 기자

바바라 G.워커 소개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성학자로서 남녀평등에 대한 그녀의 탁월한 시각은 세계인들의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다. 1993년 미국 휴머니즘협회에서 ` 올해의 여성 휴머니스트 `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1995년 펜실베이니아 대학으로부터 ` 역사를 만든 여성들 상 `을 수상한 바 있다. < 여자를 위한 신화와 거짓말 백과사전 The Woman`s Encyclopedia of Myths and Secrets >, < 냉소적인 페미니스트 The Skeptical Feminist >, < 아마존 Amazon > 등 많은 저서가 있으며 현재도 저술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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