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자비가 하늘로부터 내려오는데...

가벼운 것들이 몇 소절 눈물을 남기며
이 지상에 남은 마지막 호흠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저물어 가고 있다
아아, 살아 있는 것들은 영원히 껴안을 수 없는 연민을
홀로 남겨 놓은 채...
그때, 나는 무심히 창 밖을 내다보다가 이름 모를 들꽃이 피어 있는 것을 목격하였다.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들꽃의 무리! 어쩌면 지극히 평범할 수 밖에 없는 들꽃을 보는 순간 말할 수 없는 그리움이 밀려왔다.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아늑한 평화 같기도 하고 놀라운 은총 같기도 한 자유의 물결이 한없이 밀려 왔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온 것인가 이 평안함은. 한동안 나는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머리말
1부 청편산 가는 길
눈물
미하일 고르바초프
땅끝에서
청평산 가는 길
월출산
다시 월출산에서
봄꽃 앞에서
봄비 오는 날
동강에서
밥통
무대
비오는 밤
미국 냄새
꿈
바람
리가스피에 가면
마리오
평화
그린피스
불안
2부 어머니의 바다
코피
어머니의 바다
어머니 가시다
어머니
가엾은 우주
마지막 불씨
기러기
별
연민
너
너
사랑
은총
주경자 집사
광야
낙타를 타고
산행에서
혜성이 지는 밤
새해의 기도
새 천년 아침에
새 천년의 꿈
빛나는 출항
멈추지 않는 깃발
나는 알고 있네
하나님이 쓰시다
2월
5월 아침
6월 일기
맥추절에 드리는 기도
광복절
대강절 서시
12월의 기도
당신은 그 밤을 아십니까
베드로 행전
제4부 촛불
촛불
박꽃
새의 기원
우리들의 노동과 해방의 아침
신정속도

■본문속으로
평화
평화가 내려온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서 더 아래로
알 수 없는 고요가 나를 덮는다.
멀리 산 그늘에 피어오르는
한 줄기 연기와도 같고
추수가 끝나버린 텅 빈 들녘에 가라앉은
남빛 냉갈 같은 것이
소리없이 바닥에 내려온다
알 수 없는 고요가
남풍에 비를 몰고 오는 마파람처럼
온 몸을 감미롭게 휘감아도는
반짝이는 순간의 광휘
아니면,
길고
긴 여정에 지친 몸을 다스리는
부드러운 손길처럼
어디메 천상의 노랫소리 없어도
무궁한 시간에서 무궁한 시간 속으로
가랑잎처럼 흩어졌다 이내 하나 되어
가득히 내려오는.

김지원 소개

* 안양대 신학과
*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 67년 광주일보에 <촛불> 발표
* 현재 서울중앙교회 목사
* 시집 「다시 시작하는 나라」
공동시집 「새 예루살렘의 노래」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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