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은 삶이요 그 자체입니다..
이 책은 은혜 받은 성도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들을 꾸밈없이 엮었습니다.

인간이란 한동안만 아름답고, 한동안만 정직하고, 한동안만 사랑하고 용서하고... 인생이란 어찌 보면 한동안의 지나가는 모습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소설아닌 수필을 쓰는 고충을 독자들에게 털어놓으면서, 그래도 내가 진실로 한마디 할 수 있다면, 내가 이 글들을 「사람 앞에서」쓰지 않고 「하나님 앞에서」썼다는 것이다.

제 1부
1. 내 그리운시절
2. 이세상에서 가장 애교가 많은여자
3. 가난은 아름답다.
4. 가난을 만들고 있을 때.
5. 나는 죽어도 괜찮지만.
6. 내가 지금 왜 이렇게 기쁠까.
7. 내가 지금 왜 이렇게 섭섭할까.
8. 빚내서 책 내가지고 이고 다니는 사람
9. 저는 화장 조금 합니다.
10. 인도 선교사로 간 어린 조카

제 2부.
1, 은주에게
2. 혜경이 엄마의 정직
3. 가영이 어머니의 지혜로운 말씀
4. 두레마을의 집사님들
5. 오징어 반마리의 사랑
6. 나를 가르쳐 주신 분들
7. 오늘은 공부하는날
8. 문애경집사님
9. 유진이네 집을 찾아서
10. 울고 있는 청소부 아줌마들
제3부
1. 아늑한 봄 울타리같은 당신에게
2. 남편과 함께 바느질하다.
3. 더러운 빨래일수록 좋다.!
4. 재능은 일시불인가 수시불인가
5. 물을 아껴쓰는 사람들
6. 지윤이네 집으로 간 치자나무
7, 존경받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8. 내가 존경하는 인생의 모습들
9. 내 친구 유미 할머니

■ 본문 속으로
가난을 만들고 있을때

그래서 아침 저녁으로 지하실 바닥의 물을 퍼내야 하는데 보통 하루 양동이로 2-300개. 비가 많은 여름엔 5-600개씩이나 퍼내야 한단다. 지난 겨울에 돈 없어서 연탄도 못 들이고 습기찬 냉방에서 살았다는데. 현희엄마 얼굴이 부석부석하더라, 그런데 그 몸으로 어떤날은 아침도 굶고 사당동에서 반포까지 걸어가서 파출부 일을 하셨다는것야. 여기서 반포가 얼마니 머니? 버스로 네정거장인데. 몇 백원의 버스비 아낄려고 아침 저녁으로 걸어다니신거야. 여자혼자 벌이로 네아이들 가르치며 살아야 하니까 오죽했겠니.
겨울철에 일을 좀 늦게 끝내고 돌아올 땐 어둠속에서교회당의 십자가 가 보이는데. 언제난 붉은 피를 흘리고 있더란다. 현희 엄마의 마음에서 피가 흐르니까 그렇게 보였겠지. 그런데 내말 좀 잘들어봐라. 여기가 중요하니까. 그 현희엄마가 나 아프다는 소식 듣고 파출부 하고 돌아오는길에 닭 한 마리를 사들고 우리 집엘 오셨다.이런 저런 눈물겨운 얘기를 다 듣고 나서는 견딜 수가 없어서 , 그날 내 수중에 있던 12만원을 다드려 버렸다. 냉방에서 자고 추운 겨울 아침 찬 바람 맞으면서 십리 길 걸어갈 때 가지고 다니라고. 그럴 때 주머니에 돈이 있으면 좀 덜 추울것같고, 배도 덜고프고, 서러움도 덜어질 것 같아서, 내가 그 현희 엄마손에 꼭 쥐어주었다...
이것이 바로 내가 가난을 만들고 사는 삶의 현장이고 아버지가 주신 생활비를 유용이 아니라 선용한 곳이다. 그 뒤 현희네는 물구덩이 집에서 탈출해서 광명시로 이사를 갔는데 얼마전 전화가 왔었다. 너무 육체를 많이쓰고, 과로에 과로가 겹쳐서 결핵늑막염인데 병원의사도 못 고치겠다고 해서. 보건소에서 약만 타다먹고 물어물어 광명시 까지 찾아 안갔겠니? ...내게 있던 돈 8만원을 또 몽땅 털어가지고......
얘기가 길어졌지만. 내가 가난을 만들며 산 예화를 하나만 더 들려주마. 너도 알다시피 내각 얼마 전까지 극동방송 주일 드라마를 썼지. 그런데 그때 한 3년 반즘 쓴 원고료를 한푼도 받지 않고 전부 방송선교헌금으로 드렸다. 처음엔 모르고 18만원인가를 받았는데 -뭐가 마음이 불편 한 거야, 남들은 어려운 형편에도 방송선교 헌금을 내는데 , 나는 하나님이 주신 이 글 쓰는 은사로 얻어지는 물질을 내 소용으로 쓰다니...온전히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에 이런 믿음 없이 받았던 원고료를 다시 돌려드렸지.....
그런데 꼭이걸 알아야한다. 이 세상엔 숨어서 가난을 만드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많다는 것을 , 자기 인생이나 목숨을 다 바쳐가면서까지 이웃을 돕고 있는. 그런 분들에 비하면 이 에민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얘 ,너 지금까지 이 세상에서 가장 최고로 가난을 만든 분이 누군 줄 아니? ...하늘나라를 버리고 이 누추한 땅에 오신 예수님이야.`...
┃본문 | pp. 31∼ 36중에서 |

기일혜 소개

1941년 전남 장성에서 출생
1959년 광주사범학교 졸업
1977년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어떤 통곡〉, 〈소리〉가 추천 완료되어 등단
1986년 창작소설집 《약 닳이는 여인》 펴냄
1994년부터 현재까지 《내가 졸고 있을 때》 외 47권의 수필집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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